애물단지로 전락한 ‘광산농악 전수교육관’
2022년 01월 07일(금) 00:05
전통농악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광산농악 전수 교육관’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는 지난해 6월 국비 10억 원과 시·구비 등 총 21억 12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산정동에 건물을 마련하고 교육관을 개관했다. 이는 광주시지정무형문화재 제8호인 광산농악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애초 농악전수교육관은 전수교육 조교와 광산농악보존회원 등 50여 명을 입주시켜 연습 및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축 과정에서 다수가 참가하는 농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사달이 났다. 합숙 교육·연습 등이 많은 특성상 숙박시설을 갖춘 부대시설이 필수적인데도,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농악단체 등이 외면한 것이다. 게다가 대중교통마저 없는 곳에 자리 잡은 데다 안내 간판도 없어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광산구는 광산농악보존회 등에서 시설 관리 위탁을 주저하자 3년간 ‘광산구 시설관리공단’에 운영을 맡겼다. 광산구는 “개관 당시 농악보존회가 시설을 관리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초 운영 능력 없는 단체를 위해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개관 1년 6개월 만에 표류하고 있는 농악전수교육관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은 광산구가 매년 1억 원 안팎의 혈세를 농악전수관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광산구는 ‘광산농악’을 위한 공간인 만큼 애초 설립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지역 농악인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전통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비전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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