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소비-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1년 12월 17일(금) 03:00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귀한 것을 함부로 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생수를 구매해서 먹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가 되리라고 경고하는 것을 들으면 이제 물은 부담 없이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팔타원 황정신행(원불교 여성 10대 제자 중 상수제자이자 수달장자)이 대종사님(원불교 창시자)을 모시고 서울 외곽에 나들이 갈 때의 일이다. 때는 초여름쯤이었나 보다. 가다가 냇가에서 쉬게 되었는데, 팔타원이 냇물에 세수를 하고 나니 대종사님이 “정신행! 그렇게 물을 함부로 쓰면 되나. 아무리 흔한 물이라고 함부로 쓰면 물 귀한 곳에 태어나게 된다”하고 일러 주셨다 한다.

흘러가는 냇물을 함부로 쓰는 것과 아껴 쓰는 것이 그 방법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팔타원이 상식에 벗어나게 물을 오염시킬 일도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더욱이 팔타원의 집안은 당시 의식주에 구애됨이 없을 만큼 상당히 부유했다고 한다. 그러한 팔타원에게 흘러가는 냇물을 쓰는 것을 경계하신 뜻은 아마 천지만물을 더 귀하게 여기고 감사하며 아끼라는 가르침이었으리라.

요즘 주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물만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귀하다는 밥도 함부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버려지는 음식물을 값으로 치면 수십조 원이나 된다고 한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는 기아나 기근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고 북한만 해도 몇 년째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유니세프의 보고에 의하면 7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나 굶주림으로 죽어간다고 한다.

옛날 우리가 자랄 때는 밥알 하나만 상에 떨어뜨려도 야단을 맞았고, 하수구에 밥알이 나가면 복이 달아난다고 꾸지람을 들었는데 언제부터 우리가 밥 귀한 줄 모르고 그렇게 함부로 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이러고도 복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식량이 남아돈다고 야단들이지만 실상 전체적으로 보면 곡물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다. 육류 소비가 늘고 빵이나 밀가루 소비가 늘면서 쌀 소비가 감소하고 거기다 값싼 외국쌀을 들여오고 있어서 식량 자체가 남아도는 것 같지만 밀이나 콩, 사료용으로 들어오는 곡물까지 합산해 보면 생산량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물도 함부로 하면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다 했는데 귀한 밥을 함부로 하다가 당하게 될 고통이 어떠할까 생각하면 심히 염려가 된다. 물과 밥만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기름도 함부로, 종이도 함부로 모든 것을 흥청망청 쓴다.

개인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린 워시(Green Wash)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광고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녹색 분칠’이라고도 한다. 기업 감시단체인 코프 워치는 매년 지구의 날(4월22일)에 맞춰 그린 워시를 행한 기업에 상을 수여한다고 한다. 녹색 이미지의 광고 화면이 그 기업과 관련이 없는 경우, 환경친화적 사업보다 이를 광고하는 비용이 더 많은 경우, 주력 사업이 아닌 주변부의 안전한 사업을 선전하는 경우, 환경보호 정책에 동참하는 듯 말하면서 화석연료 사용 감소와 대안 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가 미미한 경우 등을 그 대상으로 한다.

이젠 대중을 기만하는 그럴듯한 속임수는 자신과 기업 그리고 환경까지도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린 뷰티’라며 그럴싸하게 사람들의 생각을 현혹하는 행위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렇다. 아끼고 고쳐 쓰는 일이 불편하고 갑갑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편리한 대로 하다 보면 과연 이러한 소비생활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발전’은 요즈음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화두다. “이 세상에는 모든 인류가 살아가기에 충분한 물질이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물질은 없다”고 한 간디의 말은 길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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