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비수가 된 수비
2021년 11월 21일(일) 21:50
리시브 불안에 공격도 무뎌져
GS 칼텍스전 수비 효율 ‘0’
25일 인삼공사전 2승 도전
‘패기’를 강조했던 AI페퍼스가 강팀들에 주눅 들면서 경기력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현대건설, 19일 GS칼텍스를 상대한 AI페퍼스는 두 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력하게 패배했다. 현대건설은 10전 10승 ‘무패 행진’을 잇고 있는 부동의 1위 팀이며, GS칼텍스는 승점 18점으로 2위 KGC인삼공사를 3점 차로 쫓고 있는 3위 강팀이다.

1라운드에서 AI페퍼스는 ‘도전자의 패기’를 아낌없이 쏟아내며 의외로 선전했다. 인삼공사를 상대로 첫 세트를 가져오고, 1라운드에서 현대건설과 풀세트 접전을 벌인 유일한 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AI페퍼스는 강팀 앞에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리시브다. 평균 리시브 효율 26.03%로 6위를 기록 중인 AI페퍼스는 강팀을 상대할 때 더욱 리시브 실력이 무뎌진다.

현대건설전에서 AI페퍼스는 리시브 효율 20.69%만을 기록했다. 리시브 효율은 정확한 리시브(세터가 1m 내에서 볼을 받을 수 있는 경우) 횟수에서 실패 횟수를 빼고, 이를 전체 리시브 시도 횟수로 나눈 값이다.

GS칼텍스전에서는 처음으로 리시브 효율 ‘0%’를 기록했다. 총 리시브 시도 66번 중 정확 8번, 실패 8번으로 효율을 따질 수가 없었다.

리시브 제어가 안 되니 공격도 수비도 모두 흔들렸다. 리시브된 볼 궤적이 너무 큰 바람에 세터가 자기 위치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격 기회조차 갖질 못했다. GS칼텍스가 91번 공격 시도를 할 때 AI페퍼스는 78번에 그쳤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도 “하나가 안 되면 여러가 지로 다 안된다. 단 한 점이라도 끝까지 집중해야 하는데, 선수들끼리 집중이 잘 안된다”며 “관록의 차이다. 볼 리듬을 잘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원인을 짚었다.

정신력도 다소 흔들렸다. AI페퍼스는 1라운드에서 강팀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았고, 기세를 몰아 점수를 가져오곤 했다.

2라운드에서는 달랐다. 현대건설전에서는 각 세트 중반까지 접전을 펼치다 후반 들어 집중력을 잃고 크게 실점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각 세트를 18-25, 17-25, 18-25로 7~8점 차이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GS칼텍스전에서도 16-25, 18-25, 21-25로 비슷한 흐름이었다.

범실 숫자도 흔들린 정신력을 방증한다. AI페퍼스는 7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05회 범실을 냈으며, 이 중 절반을 넘는 108건이 서브 범실이다.

AI페퍼스는 다음 경기에서도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 인삼공사와 맞대결을 해야 한다. 인삼공사전마저 무기력하게 ‘사냥’당하지 않으려면 기본기를 다지고 집중력을 살려야 한다.

한편 AI페퍼스 다음 경기는 오는 25일 오후 7시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인삼공사와 원정 경기로 펼쳐진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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