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 여행
2021년 11월 17일(수) 04:00 가가
요즘 신문·방송 매체를 통해 ‘기후변화’와 함께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정부도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30여 년 후인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로 줄이겠다는 ‘탄소중립 2050’ 계획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개념은 전반적 산업뿐만 아니라 얼핏 동떨어져 보이는 여행·캠핑 등 생활 속에도 적용될 수 있다.
최근 여수 굴전 캠핑장에서 ‘탄소중립 캠핑 캠페인’이 있었다. 전남관광재단 주최로 열린 이번 캠페인 행사는 캠핑장을 찾은 가족 단위 캠핑족을 대상으로 전복 샐러드와 감성 향초 만들기,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화석연료나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해산물을 식재료로 삼았고, 버려질 전복 껍데기마저 초를 담는 용기로 재활용했다. 또 비누를 만드는 틀은 플라스틱 대신 고무 재질을 사용했다. 중요한 사실은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 푸드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탄소중립’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자 하는 캠핑 인구가 부쩍 늘었다. 승용차를 숙박 공간으로 활용하는 ‘차박’(車泊)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풍치 좋은 곳에 자리한 캠핑장마다 주말이면 텐트가 빼곡하게 들어찬다. 그렇지만 ‘탄소중립’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삼겹살이나 생선을 가스불이나 숯불에 굽거나, 화로에 나무 장작을 넣고 모닥불을 피워 ‘불멍’(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을 즐기는 캠핑 문화다.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고성방가(高聲放歌)는 줄어들었지만 화석 연료와 전기 사용은 오히려 는 듯하다.
자동차로 여러 지역을 겉핥기로 돌아보는 여행이 아닌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한 지역의 삶과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로컬 여행’이 대세다. 친환경·탄소중립 여행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캠핑 문화 또한 화석연료와 전기 사용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도시인들이 전남 지역의 청정한 자연과 유서 깊은 역사·문화 현장을 찾아가는 ‘탄소 배출 없는 여행’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 내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했으면 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