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호두
2021년 11월 15일(월) 04:00
정치권의 ‘호남 민심 챙기기’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지난달 22일 광주를 방문해 5·18묘역을 찾았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 8일 광주를 찾아 호남 지역민들을 만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 10일과 11일 광주·전남을 방문,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이처럼 대선을 넉 달 앞두고 앞다퉈 광주·전남을 찾는 것은 ‘호남’으로 상징되는 민주·진보 진영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호남 지역민들은 그동안 ‘묻지 마 투표’라고 불릴 정도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여 온 민주당 후보에게도 아직까지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열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다. 대선 초반이긴 하지만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남 지역 지지율이 90%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은 ‘고민하는’ 지역민의 심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일보는 ‘역대 대선의 호남 득표’를 분석한 지난 10일 자 보도에서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에서 80%후반~90%대 득표를 하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불모지’인 호남에서 지지율 10%를 넘길 수 있다면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으려면, 호남에서 지지율 90% 이상의 몰표가 나와야 한다는 분석인 셈이다.

물론 민주당 내에선 ‘(호남 사람들은) 막상 투표소에 가면 민주당 후보를 찍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호남을 다루기 쉬운 ‘호주머니 속 호두’로 여기는 것은, 지역 민심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한 것이다. 지금 호남은 경제 발전에서 소외되어 온 지역에 대한 올바른 평가, 그리고 국토균형발전에 입각한 공정하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잘사는 호남’을 갈망하는 지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 그것이 정치권이 가져야 할 호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다.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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