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2021년 11월 12일(금) 04:30
젊은이들에게 11월 11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어 보면 열에 아홉은 ‘빼빼로데이’라고 답한다. 간혹 광군제(光棍節)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을 살펴보면 11월 11일 칸에는 대부분 ‘농업인의 날’이라고 적혀 있다. 일부 ‘농업인의 날’이나 ‘지체장애인의 날’이라고 써 넣은 달력도 있는가 하면, 팬시 전문업체가 만든 달력에는 ‘빼빼로데이’라고 적혀 있기도 하다.

빼빼로데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만든 날이다. 광군제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만든 쇼핑 축제일인데, 굳이 설명하자면 ‘솔로데이’로 외로운 사람을 챙겨 주는 날이다. ‘광군’(光棍)은 중국어로 홀아비나 독신남 또는 애인 없는 사람을 뜻한다. 11월11일을 광군제로 정한 것은 숫자 ‘1’의 모양이 홀로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날 중국에서는 하루 매출이 수십 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젊은층에 의미 있는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과 ‘보행자의 날’이며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이기도 하다. 3개의 법정기념일이 겹치는 날인 것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민과 농업의 기반인 흙 ‘토’(土) 자가 겹친 ‘토월토일’(土月土日)을 상정했는데 한자 ‘토’(土)를 이루는 열 ‘십’(十) 자와 한 ‘일’(一) 자를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이후 농업단체들은 빼빼로데이에 맞선 ‘가래떡데이’ 행사를 갖고 있다.

보행자의 날은 국토교통부가 보행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두 다리를 연상할 수 있는 모양의 숫자로 11월 11일을 선택했다. 국가보훈처는 매년 이날 국무총리와 6·25참전 20여 개 국가 주한 외교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 기념식을 갖고 있다.

법정기념일은 아니지만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지정한 ‘지체장애인의 날’도 이날이다. 또한 대한민국 삼군 중 가장 먼저 발족한 해군의 창설기념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무심코 보내는 하루하루가 어떤 이들에게는 명예의 날이자 희망의 날이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봄 직하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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