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의 창] 일장춘몽 지지율
2021년 11월 11일(목) 06:00

이덕일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2018년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이해찬 의원은 ‘100년 정당, 20년 집권’을 내세웠다. 오만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2020년 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에 163석의 단독 과반을,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도 17석을 주어 모두 180석의 거대 집권당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불과 1년 후인 2021년 4월에 치러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아주 달랐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은 39.18%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57.50%에 비해 18.32%나 뒤졌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춘 후보의 득표율은 34.4%로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득표율 62.67%에 비해 28.25%나 뒤졌다. 이런 추세는 지금껏 이어져 YTN의 의뢰로 실시한 11월 1주차(1일~5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5.9%의 지지율로 국민의힘의 46%에 비해 무려 20.1%가 뒤졌다.

민심의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지지율이 뒤집어졌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실정 못지않게 민주당 정권의 오만한 자세가 영향을 미쳤다. 20년 집권은 1948년 이 땅에 환국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어느 정당도 걷지 못한 길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사사오입이란 희한한 논리까지 동원해 가면서 종신 집권의 길로 나섰지만 4·19혁명으로 무너지면서 12년 집권에 그쳤다. 박정희 정권은 1961년의 5·16 군사 쿠데타와 1972년의 유신 쿠데타라는 두 번의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18년 집권하고 무너졌다. 12·12와 5·17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의 신군부 일당도 직선제 개헌 이후 노태우 후보의 집권 기간까지 합쳐도 14년 정도였다.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에 염증이 나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20년 집권’ 운운하는 오만은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

현 민주당의 뿌리가 친일 지주들의 집합체인 한민당, 즉 한국민주당이라는 사실은 논외로 치자. 보다 중요한 것은 ‘촛불 민심’의 실천이라는 집권 명분의 길을 그동안 걸어 왔는가 하는 점에 있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은 민주당 정권이 촛불 민심을 ‘외면’ 또는 ‘배신’했다고 비판한다. 특히 우리 사회의 가장 오래된 적폐인 식민사학, 즉 일본 극우파들의 황국사관(皇國史觀)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권에서 겪고 있는 일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지경이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 100대 과제 중의 하나인 가야사 복원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는 1조20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국고가 집행되고 있다. 그 일환의 하나가 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인데, 일본 극우파들의 성서인 ‘일본서기’를 토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청에서 경남 합천을 ‘다라국’, 전북 남원을 ‘기문국’이라면서 등재 신청했다. 한데,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그 어느 사료에도 나오지 않는 이 소국명들은 모두 ‘일본서기’에만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야마토왜(大和倭)가 369년부터 562년까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을 옹호하는 요소들이다.

가야사를 복원하랬더니 임나일본부사를 복원하는 이 기괴한 모습은 작금의 현상만이 아니라 현 정권 집권 후 식민사학자들이 제 세상 만난 듯 날뛰었던 ‘반촛불’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도 역사운동가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권은 ‘나의 길을 가련다’라는 듯 일축하고 있다. 이런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책임지는 당국자도 없다. 친일매국노들의 황국사관이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을 가지고 가야사를 복원하라는 당연한 외침이 허공의 메아리가 되었다가 민심 이반이라는 부메랑으로 내려오는 중이다.

촛불로 집권했다는 현 정권이 왜 이런 행보를 계속하는지는 풀기 힘든 수수께끼지만 현재의 상태를 고집하는 한 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재의 뒤집어진 여론 지형을 일장춘몽으로 되돌리고 재집권에 다가가는 유일한 길은 통절한 반성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첫 단추는 일본 극우파의 논리로 가야사를 복원하려는 현재의 반역사적 행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책임자 처벌일 것이다.

이덕일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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