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법칙
2021년 11월 09일(화) 04:00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은 대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구호다. 가장 유명한 정권 교체 슬로건으로는 이승만 정부 시절 야당인 민주당이 들고나왔던 ‘못살겠다. 갈아 보자’가 꼽힌다.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이 구호는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에 시달렸던 민심에 불을 붙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당은 ‘갈아 봤자 더 못산다’는 정권재창출의 구호로 맞섰지만 민심의 호응을 얻어 내지는 못했다. 결국 이승만 정부는 ‘투표에서 지고도 개표에서 이기는’ 부정선거를 통해 정권을 유지했지만 끝내 민심의 심판을 피하지 못한 채 4·19 혁명과 함께 처참한 몰락을 맞았다.

1987년 국민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까지 대선은 모두 일곱 번 치러졌다. 이 가운데 정권 교체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1997년), 이명박 대통령의 17대 대선(2002년),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19대 대선(2017년)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정권 재창출도 노태우 정부에 이어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된 14대 대선(1992년), 김대중 정부의 바통을 이어받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16대 대선(2002년),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어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18대 대선(2012년) 등 세 차례 있었다. 이로써 진보 정권 10년과 보수 정권 10년 등 진보와 보수 진영의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가 10년 주기로 이뤄지는 ‘대선의 법칙’이 자리를 잡게 됐다.

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이번 대선에도 ‘10년 주기론’이 적용되면서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정권 교체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핵심 요인은 따로 있는 듯하다. 시대적 상황과 후보의 역량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결국 대선의 법칙은 시대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을 움직여 승리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연 어느 후보가 대선의 법칙을 증명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것인지 주목된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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