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찾는 사람들
2021년 11월 08일(월) 03:00 가가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후, 광산구 첨단1동 첨단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시를 공부하는 모임’(시담) 회원들이 모여서 시 창작 강의를 듣는다. 시와 시조를 배우려는 지역 주민을 위해 행정복지센터가 무료로 창작교실을 개설한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코로나로 강의가 거의 열리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는 오프라인 수업이 재개됐다.
때마침 최양숙 시인이 ‘공광규 시인의 시 창작 방법’을 토대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시 쓰기의 시작은 경험을 옮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강의 후 최 시인은 공 시인의 ‘소주병’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시담 회원들은 주부, 교사, 퇴직 공무원, 농민 등으로 직업이 다양하다. 그 가운데는 몸이 아픈 이가 있는가 하면 어느 사찰의 스님도 있다. 삶의 이력과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시를 쓰고 싶다는 소망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저마다 남모를 상처와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3년째 무료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최 시인은 “‘시란 상처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이곳 수강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창작을 승화시키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야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정치 일정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덩달아 대결이 심화되는 가운데 험악한 말들도 넘쳐 난다. 우리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사생결단의 다툼보다는 서민들의 삶을 보듬는 정치를 펼쳤으면 좋으련만. 여기에 시 한편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감성을 되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으련만. 공광규 시인의 시처럼 ‘가족을 위해 따라 주기만 하고 버려지는 소주병’ 같은 아버지를 한 번쯤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은 이런저런 일로 시끄럽지만 시를 찾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쁜 하루였다. 바로 시가 지닌 힘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세상은 이런저런 일로 시끄럽지만 시를 찾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쁜 하루였다. 바로 시가 지닌 힘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