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 타격왕
2021년 11월 05일(금) 02:00
‘블게주’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강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약칭이다. 그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홈런 1위(48개), 타율 2위, 타점 5위, 최다 안타 2위, 출루율 1위, 장타율 1위, OPS 1위의 불꽃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름에 ‘주니어’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부자(父子) 선수로도 유명하다.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홈런타자에 발까지 빠른 호타준족(好打駿足)이었다. ‘괴수’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그는 2002년, ‘40-40 클럽’에 홈런이 딱 하나 모자란 39홈런-40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셔널리그의 홈런왕(42개)을 차지하며 메이저리그 차세대 아이콘으로 불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타티스 주니어 역시 부자 선수다. 아버지 페르난도 타티스는 레전드급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팬들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9 시즌 박찬호를 상대로 한 이닝에 만루홈런 두 개를 빼앗은 이른바 ‘한만두’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45년의 긴 역사만큼 많은 2세 선수가 배출됐다. 함께 뛴 부자 선수는 총 255쌍. 그 중 켄 그리피 부자는 1990년 시애틀 선수로 나란히 타석에 나와 백투백 홈런을 터뜨렸고, 바비 본즈와 배리 본즈 부자는 둘이 합쳐 1094개의 엄청난 홈런을 쏟아 냈다. 부자가 모두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세실 필더와 프린스 필더는 약속이나 한 듯 각각 319개의 홈런을 치고 은퇴했다.

창설된 지 40년이 된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많은 2세 선수들이 나왔다. 특히 올 시즌에는 세계 야구사에서 전례가 없는 ‘부자 타격왕’이 탄생했다. 키움의 이정후가 시즌 타율 0.360을 기록하며 타격왕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아버지 이종범이 0.393이라는 무시무시한 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지 27년 만에 부자 타격왕이 완성됐다.

2세 선수들은 KIA에도 있다. 스무 살 클로저(closer)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은 1990년대 ‘타이거즈 왕조’를 일군 해태의 포수 중 한 명이었다. 1루수 유민상의 아버지 유승안은 원조 공격형 포수였다. 부자 선수들의 활약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프로야구의 특별한 재미일 것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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