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제2의 백남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2021년 11월 04일(목) 07:00 가가
“내 예술활동 ‘뿌리’는 고향…무한한 영감의 원천”
관람객 시선 붙잡기 ‘5분의 미학’
고전 명화에 디지털 접목 시작
각국 작가들 광주 초청 늘려
‘빛의 도시’ 더 빛나게 해야
관람객 시선 붙잡기 ‘5분의 미학’
고전 명화에 디지털 접목 시작
각국 작가들 광주 초청 늘려
‘빛의 도시’ 더 빛나게 해야
“지금까지 창작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내가 걸어왔던 길이 고향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미디어 아트로 세계미술계의 호평을 받고있는 이이남 작가가 지난 2일 이이남스튜디오(광주시 남구 양림동)에서 열린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담양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며 국내·외 전시 현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이 작가는 이날 ‘뿌리’를 주제로 그의 어린시절과 미디어아티스트가 된 계기, 그간의 작품활동 등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최근 경남 산청의 예담촌을 방문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작가는 “최씨고가에 들렀는데 97세 할머니를 만났다”며 “굉장히 정정하시길래 비결을 물었더니 스트레스를 안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할머니께서 이웃들이 자신의 험담을 해도 무시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지금 우리는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산청에 다녀오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우리의 옛 가옥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뿌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어디인지, 언제부터 창작을 시작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예술과 삶은 각각 떨어져있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담양 병풍산 앞자락에 위치한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침에 풀잎마다 이슬이 맺혀있고 오후가 되면 땅거미가 슬그머니 내려앉던 시골은 그에게 전부였다. 하교 후에는 친구들과 냇가에서 멱감기를 하고 밭에서 과일 서리를 하기도 했다. 고향은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었고 이러한 ‘뿌리’에서 그의 ‘미술’은 시작됐다.
그는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학원 원장의 권유로 조각을 했다. 조선대 조소과에 입학해 미켈란젤로, 로댕과 같은 조각가를 꿈꾸던 그는 1993년 현대미술을 접했고 이후 순천대 만화과에서 강의를 하면서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오브제를 미디어에 접목한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작품 앞에 관람자가 5분 이상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미술사학자 다니엘 아라스의 말이 고전 명화를 사용하는 제 작업의 계기가 됐어요. 아는 그림을 보면 일단 그 앞에 머무르잖아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5분의 미학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명화를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2007년 나인갤러리 대신 뉴욕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작품을 팔게 됐고 그 돈으로 ‘디지털 병풍’을 제작했다. 이 작품이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에 출품되면서 이 작가는 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게 됐고 2008년부터는 삼성전자로부터 TV를 1년에 100대씩 5년간 지원받아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2014년에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빌딩(옛 대우빌딩)으로 6만 개의 LED 전구를 건물 외벽에 장착해 대형 미디어 캔버스를 연출하면서 미디어 파사드(media pasade)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2016년 구글과 진행했던 VR 미디어 아트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공간에서 그림을 그린 작업이다. 이밖에 2017년 국립중앙도서관에 설치한 ‘책 속의 얼굴’, 2018년 조각비엔날레서 선보였던 ‘피노키오의 거짓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꽃피는 미래’, 광주 톨게이트에 설치된 ‘무등의 빛’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작가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탄생한 자신의 신작 시리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근 중국에 두 번 다녀왔는데, 자가격리만 10주를 했어요. 지금까지 이성을 중시하는 서구 중심의 삶을 살아왔는데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동안 과연 올바르게 살아왔는지,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에 대한 생각이 ‘생명’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거죠.”
최근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전은 자신의 본질을 찾기 위해 기획됐다. 이 작가는 자신의 DNA 데이터를 추출, 이를 디지털화해 ‘시(詩)가 된 폭포’, ‘DNA 산수’, ‘반전된 빛’ 등 영상, 설치, 평면 작품으로 선보였다.
이 작가는 미디어 아트의 핵심은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고 말한다. “동양화 육법 중에 제 일법으로 글씨나 그림의 기운이 생생하게 약동한다는 뜻입니다. 디지털로 눈에 보이는 생동감을 만들어내고, 또 그 속에는 반대로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이 보이지 않는 가치와 의미를 통해 인간의 뿌리과 근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 작가는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파크 크라운 분수 등을 예로 들며 광주에도 이러한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아트가 우리 삶속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고 어떠한 활력을 줄 수 있는지 다른 나라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광주에서 창작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빛의 도시’인 광주가 더욱 빛나지 않을까요.”
한편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연은 오는 9일 오후 7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리며 황농문 교수가 ‘몰입의 열풍을 몰고 오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미디어 아트로 세계미술계의 호평을 받고있는 이이남 작가가 지난 2일 이이남스튜디오(광주시 남구 양림동)에서 열린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그는 최근 경남 산청의 예담촌을 방문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작가는 “최씨고가에 들렀는데 97세 할머니를 만났다”며 “굉장히 정정하시길래 비결을 물었더니 스트레스를 안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담양 병풍산 앞자락에 위치한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침에 풀잎마다 이슬이 맺혀있고 오후가 되면 땅거미가 슬그머니 내려앉던 시골은 그에게 전부였다. 하교 후에는 친구들과 냇가에서 멱감기를 하고 밭에서 과일 서리를 하기도 했다. 고향은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었고 이러한 ‘뿌리’에서 그의 ‘미술’은 시작됐다.
그는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학원 원장의 권유로 조각을 했다. 조선대 조소과에 입학해 미켈란젤로, 로댕과 같은 조각가를 꿈꾸던 그는 1993년 현대미술을 접했고 이후 순천대 만화과에서 강의를 하면서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오브제를 미디어에 접목한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작품 앞에 관람자가 5분 이상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미술사학자 다니엘 아라스의 말이 고전 명화를 사용하는 제 작업의 계기가 됐어요. 아는 그림을 보면 일단 그 앞에 머무르잖아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5분의 미학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명화를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2007년 나인갤러리 대신 뉴욕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작품을 팔게 됐고 그 돈으로 ‘디지털 병풍’을 제작했다. 이 작품이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에 출품되면서 이 작가는 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게 됐고 2008년부터는 삼성전자로부터 TV를 1년에 100대씩 5년간 지원받아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2014년에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빌딩(옛 대우빌딩)으로 6만 개의 LED 전구를 건물 외벽에 장착해 대형 미디어 캔버스를 연출하면서 미디어 파사드(media pasade)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2016년 구글과 진행했던 VR 미디어 아트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공간에서 그림을 그린 작업이다. 이밖에 2017년 국립중앙도서관에 설치한 ‘책 속의 얼굴’, 2018년 조각비엔날레서 선보였던 ‘피노키오의 거짓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꽃피는 미래’, 광주 톨게이트에 설치된 ‘무등의 빛’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작가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탄생한 자신의 신작 시리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근 중국에 두 번 다녀왔는데, 자가격리만 10주를 했어요. 지금까지 이성을 중시하는 서구 중심의 삶을 살아왔는데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동안 과연 올바르게 살아왔는지,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에 대한 생각이 ‘생명’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거죠.”
최근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전은 자신의 본질을 찾기 위해 기획됐다. 이 작가는 자신의 DNA 데이터를 추출, 이를 디지털화해 ‘시(詩)가 된 폭포’, ‘DNA 산수’, ‘반전된 빛’ 등 영상, 설치, 평면 작품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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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남 작가가 지난 2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열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이 작가는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파크 크라운 분수 등을 예로 들며 광주에도 이러한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아트가 우리 삶속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고 어떠한 활력을 줄 수 있는지 다른 나라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광주에서 창작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빛의 도시’인 광주가 더욱 빛나지 않을까요.”
한편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연은 오는 9일 오후 7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리며 황농문 교수가 ‘몰입의 열풍을 몰고 오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