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연금
2021년 11월 03일(수) 04:00
농어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령화 및 고정적인 소득 부재다. 이는 탈농어촌 현상을 부르고 청년층의 이탈을 가속화시킨다. 귀농·귀촌을 시도하는 이들도 고정적인 소득원을 구하지 못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마을연금’을 통해 해결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읍시 송죽마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농촌 마을 노령연금’을 도입했다. 마을기업의 수익으로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2012년 공동체 사업으로 모싯잎을 재배한 것이 시초가 됐다. 주민들은 마을기업을 설립한 뒤, 귀촌 청년이 만든 가공회사에 계약 재배한 모싯잎을 시가보다 높게 납품하면서 차액을 마을연금으로 적립했다. 이렇게 해서 적립한 연금을 2014년부터 80세 이상 주민들에게 매월 10만 원씩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은 젊은층과 고령층의 합의로 주민 규약도 만들었다. 최근엔 모싯잎 계약재배에만 의존하지 않고 축제와 체험 행사 등으로 재원 마련 방안을 다변화하고 있다.

익산시 성당 포구마을은 태양광 발전 등 공동사업 수익으로 마을연금을 마련했다. 익산시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마을 공동시설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어 주고 여기서 나온 수익과 주민들이 운영하는 금강 체험 프로그램에서 나온 수익금을 더해 지난 8월부터 70세 이상 주민에게 매달 10만 원씩을 지급한 것이다.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 이익 공유제’를 통해 주민들에게 ‘햇빛연금’을 지급한다. 전국 최초로 2018년 관련 조례를 제정한 후 안좌도(96㎿)와 자라도(24㎿)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어 이익금의 30%를 조합원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지난 4월 첫 배당 이후 7월과 10월까지 모두 세 차례 3000여 명에게 한 번에 1인당 12만~51만 원까지 지급했다.

햇빛연금은 인구 유입 효과까지 낳고 있다. 4월 첫 지급 이후 배당금을 수령한 조합원이 12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신안군 인구도 올해 들어 251명 증가했다. 11월에는 지도읍, 그리고 내년 1월에는 사옥도 주민들도 햇빛연금을 받게 된다고 한다. 마을 연금이 농어촌 인구 감소를 막는 대안이 됐으면 좋겠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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