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의 꿈
2021년 10월 29일(금) 02:00 가가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신의 영역인 하늘과 태양을 넘본 인간이 나온다. ‘이카루스’와 ‘벨레로폰’이다. 신화는 신의 권위에 도전한 이들에게 벌을 내림으로써 인류의 오만함을 경계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미노스왕의 미움을 사 크레타 섬의 미궁에 갇힌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도움으로 섬을 탈출한다. 아버지가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만들어 준 날개를 어깨에 단 뒤 바다 위를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 때문에 밀랍이 녹을 수 있으니 조심하고, 너무 낮으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니까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재미에 빠진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밀랍이 녹아내리면서 날개를 잃고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만다.
벨레로폰은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받은 황금 고삐로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날개 돋친 천마)를 길들인 뒤, 괴물 키메라를 퇴치한 용맹한 전사였다. 왕에게 영웅 대접을 받는 등 인기가 치솟자 벨레로폰은 자기가 신이라도 되는 양 착각에 빠졌다. 신의 세계가 궁금했던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천계에 오르려고 한다. 이 순간 제우스는 등애(말파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물게 하니, 천마(天馬)가 놀라 날뛰면서 벨레로폰은 말에서 떨어지고 만다. 덤불 위로 떨어진 벨레로폰은 눈이 멀고 발을 절룩이며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했다.
이카루스와 벨레로폰의 신화는 이후 수많은 문학작품에 오만과 교만의 상징으로 인용된다. 이 신화가 주는 징벌적 교훈(?)은 기원전인 당시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잉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류 문명을 천년 이상 옭아맸다. 하지만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신 중심 가치관이 인간 중심의 가치관으로 바뀜에 따라 이카루스는 ‘오만한 자’에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자’로 해석된다. 이후 현재까지도 이카루스는 우리에게 불가능을 극복하려는 희망과 도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
대한민국 자체 기술로 완성된 최초의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내년 5월 다시 도전에 나선다. 반드시 우주 강국의 비상을 실현하리라 믿는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미노스왕의 미움을 사 크레타 섬의 미궁에 갇힌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도움으로 섬을 탈출한다. 아버지가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만들어 준 날개를 어깨에 단 뒤 바다 위를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 때문에 밀랍이 녹을 수 있으니 조심하고, 너무 낮으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니까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재미에 빠진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밀랍이 녹아내리면서 날개를 잃고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만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