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의
2021년 10월 28일(목) 02:00 가가
‘대장동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싼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 공공기관과 민간개발자가 고층 아파트단지와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꾼 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는 내용이다. 오랜 기간 몇몇 사람이 이를 기획하면서 초과수익에 대한 상한 규정을 없애고, 언론·법조·정치·행정 등과 ‘짬짜미’를 했다는 사실도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은 후진적인 우리나라 토지 이용 시스템에 있다. 우리가 거주하는 도시의 공간은 국토의 이용 및 계획의 법률에 의해 주거·상업·녹지·공업 등 각각의 용도로 세분돼 관리되고 있다. 전문가나 행정기관 등이 지리적 여건, 도로 교통, 인접 지역 등을 검토해 용도를 정한 뒤 그에 맞게 건축물의 높이나 면적 등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합리적인 토지 이용을 목표로 한 조치지만, 난개발 자극과 관 주도 등 지금은 그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 토지 위에 가상의 선이 그어지면 그 용도지역에 따라 토지 가치 역시 결정되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주는 자기 토지의 가치 상승을 위해 끝없이 용도지역을 높이려 들고, 공공·민간 개발업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를 용도변경한 후 개발해 높은 수익을 차지하려고 든다. 용도지역이 높은 구도심을 피하고 외곽의 논, 밭, 임야를 고층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게다가 공기업은 토지 수용이라는 막강한 권한으로 더 싸게 토지를 매입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다. 민간 개발업체들이 구도심 재개발에 나서는 경우는 엄청난 인센티브로 건축물의 높이가 더 올라가 어마어마한 수익이 보장됐을 때다.
궁극적으로 용도지역제는 사익을 제한하고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해 미국·영국·독일 등지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제도의 원래 취지는 규제였다. 이들 국가는 오래 전부터 개발허가제, 법정밀도상한제 등을 도입하며 제도 보완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부동산 가격의 이상 급등이나 투기 만연 등의 원인인 용도지역제를 폐지하는 등 ‘토지 이용 시스템의 혁신’만이 부동산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부동산 가격의 이상 급등이나 투기 만연 등의 원인인 용도지역제를 폐지하는 등 ‘토지 이용 시스템의 혁신’만이 부동산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