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2021년 10월 12일(화) 04:00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하는 83개국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넷플릭스 출범 이후, 특정 영화나 드라마가 서비스 국가 전체에서 1위를 기록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전 세계 시청 인구가 8천만 명 이상 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40대~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는 아주 친숙한 놀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동네 공터나 학교 운동장 귀퉁이에서 함께 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지름 1~2m 정도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밑에 이보다 두 배 정도 큰 삼각형과 사각형을 이어 그려 안팎에서 몸싸움을 벌인다. 오징어 몸통 아래의 출구를 기점으로 동그라미로 진입하려는 공격 진영과 이를 막아 내려는 수비 진영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과 밀고 당기다 옷이 찢기거나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많아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에게 타박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 같은 어린이들의 놀이를 감독은 적자생존의 냉혹한 현실에 극적으로 결합시켰다. 추억의 놀이를 바탕으로 짓밟지 않으면 짓밟히는, 잠재적 경쟁자인 타인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 잔혹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려 낸 것이다. 여기에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경제적 불평등은 물론 계급 및 경쟁사회의 상징성을 드라마 곳곳에 배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에 대한 연민 아닐까 싶다. 배신이 판치는 인간 군상의 민낯이 드러나는 참혹한 현실과 대비되는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낳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은 경쟁과 지배가 아닌 인간에 대한 연민과 배려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듯해 코로나19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는 생각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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