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복
2021년 10월 07일(목) 02:00
세대 차이를 느끼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고등학생들의 ‘교복’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1983년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교복을 입은 세대다.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모두 노란색 양철 단추를 단 ‘검정 교복’을 입었을 터다. 반면 동년배 여학생들의 교복은 좀 더 다채로웠다. 그래서 교복을 보면 어느 학교 여학생인지 알 수 있었다. 요즘에는 여학생들이 교복을 이렇게 저렇게 고쳐 입느라 여념이 없는 듯하다.

강진 작천중 학생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한복 교복을 입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복진흥원센터가 추진하는 ‘한복 교복 보급 시범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학부모·학생 및 학교의 의견을 반영해 고유정 디자이너가 제작한 교복으로, 양장의 기본 틀에 깃·동정·고름 등 한복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편하고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올해 한복 보급 시범 사업에서는 순천 신흥중 등 전국에서 19개 학교가 선정됐다.

한때 개량한복이라고 불렸던 생활한복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한복진흥원센터는 올해부터 한복 근무복도 보급 중이며 우선적으로 문화예술 분야 근무복을 개발하고 관련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남 밀양시청, 국립 부산국악원 등 10개 기관이 한복 근무복 도입 의사를 밝혔다. 첫 번째 한복 근무복 도입기관으로 참여한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날을 맞아 최근 선보인 근무복은 세련된 디자인과 차분한 색감이 어우러져 인상적이다. 지난여름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에서는 분홍빛 저고리와 대님바지, 호랑이 문양과 금빛 동정으로 구성된 생활 한복 선수단복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복은 K팝 스타들이 입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2018년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한복을 입고 등장한 BTS는 지난해 미국 NBC ‘지미팰런쇼’ 출연 당시에도 한복 패션을 선보였다. BTS 멤버 슈 역시 지난해 발표한 솔로곡 ‘대취타’에서 한복을 입었다.

특별한 날에나 입는 옷으로 인식돼 우리 삶에서 멀어진 한복이 다양한 형태로 다시 뜨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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