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
2021년 10월 06일(수) 02:00
복날이 한참 지났는데 때 아닌 개고기 논쟁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고 발언한 이후 개고기가 다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동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 논의를 앞두고 나왔다. 정부는 앞으로 유기 반려동물 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을 보면 개는 먹기 위해 키우는 동물이 아니어서 도축이나 유통할 법적 근거가 없다. 식품위생법에도 개는 음식의 원료로 분류하지 않는다. 다만 돼지나 닭처럼 가축으로 분류돼 있고 오랜 식문화 때문에 개고기가 식용으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동물보호단체가 식용 금지를 위해 개를 가축에서 빼 달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고기 논쟁을 지구촌 이슈로 부각시킨 것은 축구 선수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지난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공식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을 위해 팬들이 지어 준 ‘개고기 송’을 더 이상 부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개고기 송은 맨유 팬들이 박지성을 응원하면서 라이벌 팀 리버풀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문제는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한국에선 개를 먹지. 하지만 집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는 나아’라는 가사다. 2012년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뒤 맨유-리버풀전에도 종종 등장했던 이 노래는 지난 8월 30일 울버햄프턴전에서도 울려 퍼졌다. 맨유 팬들로서는 울버햄프턴 선수로 나선 황희찬을 보며 같은 한국 선수인 박지성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불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팬심은 알지만 한국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담겨 있고 인종적 모욕일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드라마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차트를 장악하는 ‘한류 전성시대’에 개고기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국가 이미지나 동물 보호 차원에서 식용 금지를 논의할 때다. 다만 개고기 판매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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