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2021년 10월 05일(화) 00:30
“보름달 아래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 놓고 자식을 위해 빌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장독대 곁에는 맨드라미가 피어 있었다.”

지난 2005년 고향집을 찾았던 화가는 장독대 곁에 피어 있는 맨드라미를 봤다. 그 꽃에서 장애를 가진 자신을 위해 새벽마다 치성을 드리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이때 맨드라미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은 작가는 그 꽃을 작품 모티브로 삼아 화폭에 담아 오고 있다. ‘맨드라미 화가’로 불리는 영암 출신 박동신 화백의 이야기다.

작가의 작품에는 강렬한 붉은 색깔의 맨드라미와 보름달, 나비가 함께 등장한다. 보름달과 나비는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닭 볏 모양을 한 맨드라미는 한자로 ‘계관화’(鷄冠花)라고 한다. 그래서 보름달과 맨드라미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에는 ‘월계관 연가(戀歌)’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맨드라미 원산지는 인도 등지로 알려져 있다. 꽃말은 ‘불타는 사랑’ ‘열정’이라고 한다. 고려 후기 문인 이규보(1168~1241)가 ‘측간 옆 맨드라미를 노래함’(詠厠中鷄冠花)이라는 시를 쓴 것을 보면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 유입된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측간, 장독대, 담장 등 그다지 대접받지 못하는 자리에 주로 심어져 왔다. 오래전 외부에서 들어왔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친숙하게 느껴지는 꽃이다.

신안군 병풍도가 맨드라미 섬으로 변모했다. 병풍도와 노둣돌로 연결돼 있는 대기점도에서 보면 섬 중앙 야산이 온통 노랗고, 붉게 물들어 있다. 대규모 맨드라미 꽃밭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맨드라미가 당당한 주인공이다. 신안군은 병풍도 맨드라미를 테마로 해 오는 10일까지 ‘섬 맨드라미 랜선 축제’를 개최한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축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맨드라미 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박동신 화백은 작가 노트에서 맨드라미가 안겨 주는 생명력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이 생명력은 나의 분신이고, 나의 정신적 지주이다.”

맨드라미가 화가에게 예술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처럼 이 축제가 병풍도를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기를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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