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여정에서 만난 따뜻한 ‘시조공동체’
2021년 09월 29일(수) 23:15
10년 동인 활동 ‘광주문학아카데미’
첫 작품집 ‘흘러내리는 기-억’ 출간
시·아동문학 장르까지 문호 넓혀

올해로 창간 10년째를 맞는 시조 동인 ‘광주문학아카데미’는 최근 첫 동인집을 발간하는 등 내실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조의 원래 명칭은 ‘시절가조’(時節歌調)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를 일컫는다. 문학 장르로서의 명칭인 ‘단가’(短歌)가 보편적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시조라는 명칭이 널리 통용된다. 시조는 고려 말부터 조선 초에 걸쳐 작품이 정제됐으며 고시조로부터 현대시조에 이르기까지 작품이 창작되고 있다.

그러나 시조를 창작하거나 연구하는 문인들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특히 중앙문단에 비해 지역 문단은 작가나 연구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에서 10년째 시조 동인활동을 펼쳐온 시인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시나 소설이 아닌 시조라는 장르에서 오랫동안 창작을 하고 교류를 이어온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이들 동인은 최근 10여년 만에 첫 작품집 ‘흘러내리는 기-억’을 함께 출간해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주인공은 ‘광주문학아카데미’ 동인.

동인 시작은 서너 명의 시인들의 의기투합해 시작됐다. 212년 당시 염창권·고성만·이토록·이송희 시인이 그들이다. 모두 중앙 문단 신춘문예나 중앙 시 전문지 출신들인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읽어 주는 독자가 되는 심정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해를 거듭하면서 회원도 늘고 장르도 시조에서 타 분야로 문호가 개방됐다. 시, 시조, 아동문학, 평론 등 구분 없이 모였고 모임이 정기적으로 꾸려졌다. 매달 첫주 월요일 오후(6~7시)에 모임을 갖고 합평회를 열고 있다.

처음에는 등단자 중심이었고 점차 외연이 확대되면서 미등단자도 등단의 절차를 거치기도 했다. 현재 동인은 초창기 회원들 외에 김강호·김화정·박성민·박정호·백애송·임성규·정혜숙·최양숙 시인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이후에 참여한 시인들도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나 시 전문지 등을 통해 창작 역량을 검증받았으며, 장르 또한 시조를 넘어 시와 아동문학, 평론까지 문호가 넓어졌다.

그럼에도 이들이 견지하는 원칙이 있었다. “각자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안목을 가진 입장에서 서로 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오늘날까지 모임을 지속해올 수 있는 요인이었다.

염창권 시인(광주교대 교수)은 “여러 성과와 함께 염려도 생겨났는데, 그 동안의 과정과 실체화되지 않았던 모습을 책의 형태로 선보이기로 하면서 이번에 동인집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광주문학아카데미는 각자의 개성과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데 모토를 뒀다. 대개의 동인들이 문학적 열정과 성취를 상정하는 탓에 날카로운 비평과 경쟁을 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광주문학아카데미는 “예술적인 기질보다는 인간적 품성이 우선을 두고” 모임을 꾸려온 덕분에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이런 모임 특성으로 따로 회장이라는 직함을 두지 않는다. 다들 개개인이 문인의 자격으로 모임에 참여한다. 대신에 행사를 하거나 모임을 공지하거나, 대외적인 활동을 위해 이송희 시인이 사무국장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최양숙 시인은 “지역의 시조문단이 침체돼 있고 저변확대도 미흡하지만 광주문학아카데미가 시조의 중심을 잡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합평회 때는 시조나 시, 동시 등 다양한 장르를 함께 보며 격려와 아울러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주간에 개최했던 ‘작가 스테이지’에도 참여해 독자들과 문학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밖에 나주 읍성을 비롯해 나주 근대문화공간, 목포 문화공간 등을 방문해 문학적 감수성을 충전하기도 했다.

이번 책 발간은 이송희 시인이 광주문화재단 기초예술단체지원사업에 응모해 지원금을 받아 이뤄졌다.

책에는 ‘민들레’(고성만), ‘갈매기 살’(김강호), ‘보름달’(김화정), ‘자두화’(박성민), ‘마음의 바깥’(박정호), ‘거짓말의 거짓말’(백애송), ‘그곳으로 돌아온 그는’(염창권), ‘테이크아웃해 주세요’(이송희), ‘명자나무 분재 만들기’(이토록), ‘벽화’(임성규), ‘사나흘 은자隱者처럼’(정혜숙), ‘간절기’(최양숙) 등의 개성있는 작품이 실려 있다.

이송희 시인은 “모임 일주일 전에는 짧은 시, 단시조를 sns에 공유해 좋은 작품은 선물도 주고 창작 동기를 격려한다”며 “앞으로도 합평회, 출판회 등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내실있게 꾸려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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