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선택
2021년 09월 28일(화) 01:30 가가
더불어민주당 호남 지역 대선 경선 결과를 보면 호남의 민심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듯하다. 광주·전남 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승리해 추격의 불씨를 살리도록 하는 한편 전북 경선에선 이재명 경기 지사가 과반 지지로 1위를 차지하도록 함으로써 대세론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단 호남 민심은 두 사람의 손을 모두 들어준 모양새다.
하지만 호남 전체로 보면 이 지사의 ‘판정승’이다. 이 지사가 유효투표자 수 11만 2673표 가운데 5만 6002표(49.70%)를 차지한 데 반해 이 전 대표는 4만 9563표(43.99%)를 얻는 데 그쳤다. 호남 민심은 지역 출신을 택하기보다는 정권 재창출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영광 출신으로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이 전 대표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물론 이 지사 측도 호남에서 과반 이상의 흔쾌한 지지를 받지 못한 부분은 본선을 감안하면 조금은 부담이 되긴 할 것이다.
앞으로 두 후보는 다시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다음 달 1일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2일)에 이어 인천(3일) 경선과 함께 펼쳐지는 2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민주당 경선의 승패를 사실상 결정짓게 될 것이다. 이 지사 측은 호남 경선을 통해 대세론의 날개를 확실히 펼쳤다고 보고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확보, 본선 직행의 ‘매직 넘버’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진영에서는 이어지는 경선에서 선전하고 어떻게 해서든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결선투표’의 가능성을 엿보려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후보가 되든 내년 3월 열리는 ‘벚꽃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란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아직 살아 있는 화산이며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 확산, 아파트값 고공 행진 등 변수와 악재가 쌓여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선의의 경쟁을 하며 끝까지 서로를 격려하는 감동적 경선은 진보 진영의 정권 재창출에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사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이 전 대표에겐 추격의 동력을 부여해 경선 드라마를 이어 나갈 수 있게 한 호남 민심의 전략적 선택이 돋보인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