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의 두 바퀴, 종교와 정치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1년 09월 24일(금) 05:30
코로나19로 인하여 즐겁고 풍요로워야 할 추석을 조금은 어렵게 보낸 듯 하다. 요즘은 모임조차 힘들지만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경제와 정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종교와 정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발동한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박중빈 1891~1943)께서는 종교와 정치를 수레의 두 바퀴, 또는 엄부(嚴父)와 자모(慈母)에 비유하고 종교와 정치가 각기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좋은 사회가 된다고 하였다.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종교 지도자가 정치를 주관하는 제정일치(祭政一致)시대가 있는가 하면, 종교가 정치에 굴종하고 예속되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때도 있었다. 중세 기독교는 왕권 위에 군림하기도 하였으나 근세에 이르러서는 정교 분리의 원칙 하에 상호협력의 관계가 정립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책임과 역할에서는 분리될 수 있어도 관리나 수선의 영역에서는 서로 별개일 수 없을 것이다. 종교가 특정 정파나 특정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바른길로 인도하며, 정의의 실현이나 모든 사람의 행복과 관련되는 일에는 깊이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이러한 이념에 근거해 볼 때 종교가 현실 정치에 초연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 정치는 종교의 발전을 뒷받침해 주고 종교는 바른 정치가 되도록 힘을 밀어 주어 대중을 교화하는 것이 정교동심(政敎同心)의 본의라 할 수 있다.

정산종사(송규 1900~1962)께서는 해방 후 건국론(建國論)을 저술하여 국가 건설의 방향을 제시하고 동포 구호, 한글 보급 등 건국 준비에 적극 노력하셨지만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였다.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국가의 발전과 대중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종교의 현실 참여 문제는 중도를 잡기가 어려워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어떤 것이 바람직한 태도인가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시기에는 ‘스승의 본의와 당시의 형편’을 살피는 것으로 취사의 대중을 잡아 가는 원칙을 삼는다면 그 길이 보일 듯싶다.

‘정치 현실에 대한 교단이나 성직자의 바람직한 참여 범위, 시사에 대한 시비를 논하는 문제, 바른 지도자에 대한 판단 기준’ 등에서 지혜를 구한다면 좋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법회나 예배 혹은 모임 공부방 등의 종교활동 현장에서 제일 조심스러운 것은 그곳으로 방문하여 직접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원을 요청받았을 때이다. 대체로 같은 신앙을 갖는 입장에서는 자기 교단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기를 바라고 후원을 하게 되지만 그러나 신앙이 같다 해서 정치적 견해가 같을 수 없고 더욱이 이해를 같이 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종교인 가운데는 후보자와의 관계, 정치적 견해,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교역자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떠나 특정 후보를 지원하게 될 때에는 자칫 시비의 대상이 되어 교화에 지장을 가져 올 수 있다. 천주교에서는 사목회장이나 교회 직분을 가진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해당 직에서 물러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선거법에서 출마자가 공직을 사퇴하는 것과 같은 취지일 것이다.

교도나 신도의 회장이나 교도가 관련되어 심정적으로 힘을 보태주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본위의 정신과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입장에서 사안을 보고 판단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후보들에 대한 됨됨이나 누구를 지지해야 국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현장에 밀접히 관계하여 호흡하는 교도나 신도들이 더 밝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성직자는 그 원칙적인 정신과 이념을 세워주는 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원칙이 크게 흔들리고 정의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는 교법 정신과 과거의 역사를 반조하면 종교인이 취해야 할 합당한 길이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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