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지와 중심지
2021년 09월 16일(목) 02:00 가가
독일 지리학자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은 도시 공간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자연조건·교통수단·접근성 등이 동일해야 한다는 등의 전제가 있지만, 중심지와 배후지를 설정해 도시 계층과 분포의 규칙성 및 중심지 기능 입지 등을 밝혀냈다. 고급 상가나 종합병원 등이 있는 고위 중심지와 소매 점포 등이 있는 저위 중심지를 구분한 뒤, 교통이 발달할수록 고위 중심지는 발달하지만 저위 중심지는 쇠퇴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심지는 교통·금융·교육·행정 등과 같은 3차 산업의 기능을 가져야 하고, 거리가 멀어지면 교통비의 증가로 인해 그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가 0이 되는 지역이 배후지의 끝이 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다만 여기서 배후지는 오로지 중심지의 서비스가 영향을 미치는 지극히 수동적인 공간으로만 설정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990∼2019년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GRDP(지역내총생산)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가 전체 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3%에서 47.4%로 5.1%포인트 늘어났다. 충청권도 6.7%에서 8.1%로 1.4% 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나머지 지방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인구와 혁신 역량 및 재정 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도권은 지방이 가졌던 것들을 모조리 흡수하며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수는 없다. 지방 곳곳이 소멸 위기에 처해 더 이상 내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도권은 광역교통망을 구축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고 충청권까지 영역을 넓혀 각종 시설을 집적하고 있다. 사실 사람·물자 등을 공급하는 배후지가 없는 중심지는 존재할 수 없다. 1·2차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이 사라진다면 3차 산업만으로 수도권이 버틸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수도권이 가진 것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국가재정과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라 유명 대학과 대기업 본사 등 민간 영역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책무는 끝도 보이지 않는 수도권의 욕심을 이쯤 해서 제어하는 것이 아닐까.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이제 수도권이 가진 것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국가재정과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라 유명 대학과 대기업 본사 등 민간 영역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책무는 끝도 보이지 않는 수도권의 욕심을 이쯤 해서 제어하는 것이 아닐까.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