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선택’
2021년 08월 27일(금) 05:00
‘제2의 이종범’ 김도영이냐? ‘제2의 선동열’ 문동주냐? ‘세기의 고민’으로 주목 받았던 KIA 타이거즈의 2022 신인 1차 지명은 김도영으로 결론이 났다. 동성고 유격수 김도영은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 및 안정된 수비, 송구·주루 능력까지 갖춘 ‘5툴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진흥고 투수 문동주는 시속 156km의 빠른 볼에 제구력이 좋은 선수다. 하필이면 유망주 두 명이 한꺼번에 배출되다 보니 KIA로서는 행복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둘 중 한 명을 다른 팀에 보내야 하는 아픔 또한 겪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은 KIA 팬들에게 ‘오희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1991년 해태는 진흥고 출신 투수 오희주와 광주일고 출신 타자 김기태를 놓고 저울질하다 오희주를 선택했다. 그러나 오희주는 4년간 3승 4패 2세이브의 참혹한 성적을 남겼다. 이에 비해 쌍방울에 입단한 김기태는 데뷔 시즌 27개를 시작으로 통산 249개의 홈런을 친 거포로 이름을 날렸다. 해태 팬들은 쓰라린 가슴으로 이를 지켜봐야 했다.

프로야구에서는 1차 지명을 받지 못하고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김현수는 최저연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신고선수’로 입단했고, 김선빈은 2차 6라운드에서, 양의지는 2차 8라운드에서 프로행의 막차를 탔다. 류현진은 고향 팀 SK의 지명을 받지 못해 한화에 입단했지만, 데뷔 시즌 투수 3관왕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KIA가 1차 지명에서 투수 아닌 야수를 뽑은 것은 무려 18년 만이다. 이는 그만큼 현재 내야진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범호가 은퇴하고 안치홍이 팀을 떠난 뒤 1루수와 3루수는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KIA로서는 앞으로 10년 이상 내야 수비를 책임질 선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이 아닌 선수 김도영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Z세대다운 당찬 자신감이다. 이종범은 입단 첫해에 해태를 우승으로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김도영 역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내년 데뷔 시즌부터 뛰어난 활약이 기대된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