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문 구슬
2021년 08월 24일(화) 00:50 가가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국립 광주박물관 특별전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비밀의 공간, 숨겨진 열쇠’(10월 24일까지)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문구다.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함평군 월야면 예덕리 ‘예덕평야’에 자리한 장고분인 ‘신덕 1호 무덤’의 다채로운 부장 유물들을 보여 준다.
전시장을 찾은 탐방객은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무덤에서 발견된 목관은 위계가 높은 계층이 사용하는 금송(金松)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무덤방에서는 쇠비늘갑옷과 쇠투구를 비롯해서 금동관과 금동신발 파편도 함께 출토됐다. 사기질만 일부 남아 있는 어금니 분석 결과 무덤의 주인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정성스럽게 껴묻은 부장 유물로만 판단하면 쇠비늘갑옷과 쇠투구에 긴 칼을 찬 젊은 무사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데 ‘신덕 1호 무덤’ 내에서는 무기류 외에도 유리구슬 등 다량의 장신구가 함께 발견됐다. 확인된 구슬류는 총 5527점. 전시물도 유리구슬과 곱은옥, 호박구슬, 연리문 구슬, 속빈 은구슬 등 다양하다. 이중 수박처럼 노랑과 초록색이 번갈아 있는 장식무늬 구슬인 ‘연리문(練理文) 구슬’이 유독 눈길을 끈다.
공주 무령왕릉, 경주 황남대총 북분, 나주 복암리 고분 등 위계가 높은 무덤에서만 확인되는 매우 희귀한 유물이라고 한다. 실물 크기는 콩알만 하다. 정수일이 2001년 펴낸 ‘씰크로드학’을 보면 “이러한 장식무늬 구슬은 대체로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및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일찍이 발생한 것으로서, 이 지대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다.
이번 특별전은 단순히 발굴 유물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신박한 덕후가 되는 법을 위한 퀴즈 브로슈어’를 전시장 곳곳에 부착해 관람자와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장고분과 관련된 여러 질문 중 하나는 ‘신덕 고분 1호 돌방무덤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것이다. 30년 전 발굴됐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신덕 1호 무덤’의 실체를 규명하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이번 특별전은 단순히 발굴 유물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신박한 덕후가 되는 법을 위한 퀴즈 브로슈어’를 전시장 곳곳에 부착해 관람자와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장고분과 관련된 여러 질문 중 하나는 ‘신덕 고분 1호 돌방무덤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것이다. 30년 전 발굴됐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신덕 1호 무덤’의 실체를 규명하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