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
2021년 08월 23일(월) 04:00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미국이 빠져나간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순식간에 장악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면서 한편으로 경각심을 갖는 듯하다. 아프가니스탄과는 상황이 다르다지만, 우리 또한 적어도 국방 분야에서는 미국의 지원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연설보좌관을 지낸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와 관련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만약 한국이 이처럼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이었다면 미국의 지원 없이는 순식간에 무너졌을 것이다. 미군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동맹국은 사실상 없다.” 이런 주장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를 적극 반박했다. “아프간 사태를 빗대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대한민국도 아프간 꼴이 날 것’이라고 했단다. 세계 6위의 군사력 보유 국가이자 10대 무역 대국인 우리나라와 지금의 아프간을 비교한다는 것은 험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란 점에서 무언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국민을 내동댕이친 채 빛처럼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지도자나, 지원금을 빼돌리는 부패한 관리, 돈으로 회유하는 적군에 포섭될 군인과 경찰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가득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냉혹한 국제관계에서는, 미국이 이번에 보여 준 것처럼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 ‘혈맹인 한미 관계는 아프가니스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제 논에 물 대기’식 해석에만 기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제관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정립하고, G2시대의 새로운 국제질서에 걸맞은 안보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 아니겠는가.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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