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꽃
2021년 08월 17일(화) 02:00
몇 차례 소낙비 쏟아지더니 그리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완연하다. 달력을 보니 지난 7일이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였고 다음 주 23일이 더위가 그치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處暑)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사태와 폭염 속에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는다.

동네 길섶에 핀 과꽃도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국화목 국화과인 과꽃은 산기슭이나 길가 혹은 시골집 한 모퉁이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다. 한번 심어 놓으면 씨앗이 떨어져 매년 꽃을 볼 수 있다. 아름답고 화려하기보다는 동네 누이 같기도 한 수수한 모습이어서 마음이 더 가는 꽃이다. 야생의 과꽃은 북한의 함경남도에 있는 부전고원과 백두산에 자생하던 것으로, 북한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것이 18세기에 프랑스로 채집되어 간 뒤에, 개량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과꽃을 연상시키는 어릴 적 동요도 아련하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 간 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아이들의 동요 부르는 모습 또한 새삼 그리워진다. 코로나로 사람 보기가 어렵고 길거리에 초등학생들도 눈에 잘 뜨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지 벌써 1년 6개월이 됐다. 하지만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는커녕 최근 신규 확진자가 하루 2천 명이 넘어서면서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고 있다. 생활도 경제도 미래도 불안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류는 서로를 도우려는 인류애적인 본성이 있기에 이 위기 또한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문득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윗왕의 반지에 새긴 솔로몬의 잠언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 어려울수록 우리 모두가 신뢰와 배려의 백신을 준비한다면, 잊고 지냈던 계절처럼 평범했던 일상 또한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