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뛰어라’
2021년 08월 13일(금) 02:00 가가
이솝우화 ‘허풍선이’는 해외여행을 하고 고향에 돌아온 어느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서 열린 멀리뛰기 경기에서 자신이 올림픽 우승자들도 해내지 못한 기록을 냈다고 허풍을 떤다. 사람들이 믿지 않자 그는 “로도스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오면 그들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도 했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이보시오. 그럴 것 없이 여기가 로도스라 생각하고 뛰어 보면 될 것 아니겠소?”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이 말은 많은 철학자들이 그들의 책에서 인용하기도 한 유명한 대사다. 특히 헤겔은 ‘법철학강의 서문’에서 현재성과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했다. “행동하지 않는 이론은 의미가 없으니 지금 있는 곳에서 실천하라.”
도쿄올림픽에서 2연패를 하겠다고 큰소리 치던 한국 야구팀이 여섯 팀 중 4위에 그치면서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솝우화 허풍선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악재가 겹쳤다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기는커녕 분노만 키웠다.
전력 약화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기술적인 문제다. 한국 프로야구는 ‘타고투저’가 뚜렷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투고타저’와는 정반대 현상. 우리 선수들의 타율이 높은 것은 타자들의 기술력보다는 투수력의 약화에 그 원인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 이후 우리 투수들의 기량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강속구 전쟁’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시속 100마일(160km)이 넘는 공에 대처하기 위해 ‘플라이볼 혁명’을 말할 때, KBO리그 타자들은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했다. 그 결과 160km대의 빠른 공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니 올림픽에서 우리 타자들은 상대팀의 빠른 공에 속수무책이었다.
LA 다저스 투수 커쇼는 “스피드의 증가는 게임의 진화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갈수록 커지고, 강해지고, 빨라지고 있다. 한국 야구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오늘의 경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상황은 내일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도쿄올림픽에서 2연패를 하겠다고 큰소리 치던 한국 야구팀이 여섯 팀 중 4위에 그치면서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솝우화 허풍선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악재가 겹쳤다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기는커녕 분노만 키웠다.
LA 다저스 투수 커쇼는 “스피드의 증가는 게임의 진화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갈수록 커지고, 강해지고, 빨라지고 있다. 한국 야구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오늘의 경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상황은 내일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