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50년
2021년 04월 22일(목) 06:00 가가
‘그러라 그래’. 올해 노래 인생 51주년을 맞은 양희은이 펴낸 에세이 제목. 짧지만 인상적이다. MBC라디오 ‘여성시대’를 22년간 진행해 온 그가 ‘월간 여성시대’에 실었던 글 등을 모아 출간한 이 책 제목에는 “그 입장에 처해 보면 나라고 예외일 수 있겠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단다. 그는 에필로그에 “인생이 내게 베푼 모든 실패와 어려움, 내가 한 실수와 결례, 철없었던 시행착오도 다 고맙습니다. 그 덕에 마음자리가 조금 넓어졌으니까요”라고 적었다. 인생의 풍파를 헤쳐 온 어른의 지혜가 담긴 말인 듯하다.
그가 노래한 세월이 50년이니, 누구나 그의 노래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터. 나는 고교 시절, 흥사단에서 활동했던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금관의 예수’(김민기 곡으로 양희은은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라는 제목으로 녹음했다)와 대학 입학 전 통기타를 배우겠다며 뚱땅거렸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우선 기억에 남는다.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던 ‘양희은 1991’ 수록곡들도 좋은 추억이다. 오로지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연주와 양희은의 목소리만으로 구성된 앨범 중 특히 좋아했던 ‘가을아침’은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사랑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수록곡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나 뮤직비디오를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엄마가 딸에게’(2015)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양희은과 뗄 수 없는 노래는 ‘아침이슬’이 아닐까. 시대가 만들어 낸 히트곡 ‘이침이슬’이 올해로 발표된 지 50년이 됐다. 김민기 작사·작곡의 아침이슬은 작곡가나 가수의 의도와 상관없이 수많은 역사의 현장에서 불리며 ‘시대의 노래’가 됐다.
아침이슬이 가장 극적으로 불린 때는 2016년 촛불 집회 현장이었다. 양희은 스스로도 가장 의미 있는 무대로 꼽은 그 현장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떼창’을 하며 하나가 되었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은 지금 봐도 장관이다. 영상을 되돌려보면서, 현장에서 아침이슬을 불렀던 사람들, 모두 함께 공감했던 그 우리들을 떠올리며 ‘촛불’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는 요즘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
아침이슬이 가장 극적으로 불린 때는 2016년 촛불 집회 현장이었다. 양희은 스스로도 가장 의미 있는 무대로 꼽은 그 현장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떼창’을 하며 하나가 되었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은 지금 봐도 장관이다. 영상을 되돌려보면서, 현장에서 아침이슬을 불렀던 사람들, 모두 함께 공감했던 그 우리들을 떠올리며 ‘촛불’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는 요즘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