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형제 필드’
2021년 04월 21일(수) 06:00
인류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기는 자전거 수리공이었던 라이트형제에 의해 탄생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인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00년부터 글라이더 비행 실험을 했다. 하루에 20번씩 석 달 동안 1000번 넘게 글라이더를 띄우며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글라이더는 바람으로 날기 때문에 안전성과 지속성이 문제였다.

결국 엔진의 필요성을 깨닫고 3년의 노력 끝에 12마력짜리 엔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엔진 하나가 두 개의 프로펠러를 돌리는 방식이었다.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형제는 1903년 12월 17일 마을 앞 평야에서 시험 비행에 들어갔다. 초청장을 보냈지만 참석한 사람은 정비공과 응급구조사 등 다섯 명뿐이었다. 형 윌버의 신호에 따라 동생 오빌이 조종한 플라이어호는 3m 높이로 뜨더니 12초간 36m를 날아갔다. 뛰는 사람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유인 동력 비행기의 역사적인 첫 비행이었다.

라이트형제의 꿈이 118년 만에 지구가 아닌 화성에서 이뤄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화성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저뉴어티는 그제 화성 표면을 이륙한 후 초속 1m의 속력으로 3m까지 상승해 30초간 정지 비행을 하고 착륙했다. 인류가 지구 외 다른 행성에서 ‘제어되는 동력체’를 비행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저뉴어티는 높이 49㎝에 1.8㎏의 소형 비행체로 헬기라기보다는 드론이라 해야 더 맞을 듯하다.

화성에서는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무게가 0.68㎏으로 줄어들지만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해 공기 힘으로 띄우기가 어렵다. NASA는 탄소섬유로 만든 날개(4개)를 이용해 보통 헬기보다 여덟 배 빠른 분당 2400회의 회전 속도를 내도록 함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 1호기 조각을 인저뉴어티에 부착한 것은 성공의 기원을 담은 것이었다.

NASA는 인저뉴어티가 뜨고 내린 지표면에 ‘라이트형제 필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개의 행성에 이름을 새겼으니 라이트형제로서는 ‘가문의 영광’임이 분명하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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