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은 사라지고
2021년 04월 19일(월) 06:00 가가
달포 뒤면 중국 ‘텐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이 32주년을 맞는다. 1989년 6월 4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이 중국 정부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됐던 그 초여름으로부터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한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당시 텐안먼의 함성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져 가고 있는 듯하다. 올해로 41주년을 맞는 광주5·18민주화운동이 ‘한국 민주화를 견인해 낸 역사적 사건’으로서 널리 기념되는 것과는 달리, 텐안먼 민주화 운동은 중국을 비롯한 지구촌 전역에서 서서히 잊혀 가는 중이다.
지난 4일엔 텐안먼 민주화 운동의 위축된 위상을 드러내 주는, 작지만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동조하고 무력 진압에 반대했다가 당에서 쫓겨난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유족이 이날 베이징 푸창후퉁에 있는 집을 떠난 것이다. 이 집은 자오쯔양이 당에서 축출된 이후 지난 2005년 1월 86세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16년가량 가택연금을 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자오쯔양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매년 그의 기일인 1월17일과 생일, 청명절, 텐안먼 민주화운동 기념일 등에는 적지 않은 지지자들이 푸창후퉁의 집을 찾았지만 이제 더 이상 추모객이 몰리는 광경을 볼 수 없게 됐다. 1989년 당시 당 총서기를 맡아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던 자오쯔양은 지난 1998년에는 홍콩 인권단체에 의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천거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가택연금 상태에서도 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서한이 100만 통이 넘어서는 등 적지 않은 이들의 지지를 받아 왔다.
홍콩의 유력 신문 명보는 지난 5일 “자오쯔양의 유족들이 32년간 살아 온 푸창후퉁에서 이삿짐을 쌌다”고 전하면서 “공식적으로 자오쯔양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굳건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지금, 당시 텐안먼에서 시위 학생들과 대화를 모색하려 했던 자오쯔양의 퇴조는 불가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때나마 중국 인민들이 꿈꾸었을 ‘민주화의 봄’에 대한 기대 역시 사라지고 있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지난 4일엔 텐안먼 민주화 운동의 위축된 위상을 드러내 주는, 작지만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동조하고 무력 진압에 반대했다가 당에서 쫓겨난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유족이 이날 베이징 푸창후퉁에 있는 집을 떠난 것이다. 이 집은 자오쯔양이 당에서 축출된 이후 지난 2005년 1월 86세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16년가량 가택연금을 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