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민심
2021년 04월 14일(수) 06:00
명심보감 성심 편에 ‘국정천심순 관청민자안’(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라가 바르면 천심이 순하고, 관리가 청렴하면 백성이 스스로 편안하다는 뜻이다. 4·7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며 이 글귀를 떠올렸다.

현 정부와 여당이 4년 만에 혹독한 민심의 심판을 받으면서 쇄신과 혁신의 기로에 섰다.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함께 LH(주택공사) 투기 사태가 꼽히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못 잡으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집 하나 장만하기 힘든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관리하는 공기업 임직원들이 투기에 앞장섰다는 사실에 국민이 분노한 것이다.

또한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당헌·당규를 무리하게 변경까지 해 가며 서울·부산 시장을 공천한 것도 민심이 돌아선 이유다. 현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전셋값 인상 소식 역시 민심 이반에 불을 지폈다. 앞으로는 ‘공정’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내로남불’을 일삼는 여당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다. 공정과 도덕성을 앞세웠던 정권이었던 만큼 이들의 티끌만 한 잘못도 국민은 쉽게 용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와 여당에 적용하는 도덕성의 잣대는 그만큼 엄밀할 수밖에 없었다.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여당과 현 정부가 쇄신과 혁신에 나섰다. 하지만 쇄신에 앞서 이번 선거에서 민심이 왜 돌아서게 된 것인지, 앞으로 민심은 무엇을 원하고 요구하고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현 정권에서 추진한 각종 개혁 입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간의 갈등과 피로감을 더욱 키운다면 한번 돌아선 민심은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할지 우려하고 있다. 호남 사람들이 현 정부에 완전히 돌아선 타 지역 민심에 불안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 대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정권이지만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다음 대선도 결코 기약하기 어렵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