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정치학
2021년 04월 13일(화) 06:00 가가
지난 주말. 오랜만에 걸어 본 무등산 트레킹 길엔 봄이 화사하게 만개했다. 온통 연둣빛으로 물든 산자락에 철쭉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며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불과 2주 전만해도 쌀쌀한 바람 속에서 홀로 봄이 왔음을 알렸던 벚꽃과 목련은 무심하게 모든 꽃잎을 떨구었다. 그래도 깊은 숲길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진달래꽃이 길손을 반겨주는 듯했지만, 계절은 이제 막 봄을 지나고 있었다.
벚꽃이나 산수유, 개나리, 목련, 진달래 등 봄을 알리는 꽃들 대부분은 선화후엽(先花後葉)의 목본식물이라고 한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식물들은 먼저 난 잎을 통해 광합성을 하고 그 영양분으로 꽃을 피워 내지만 이들은 그 반대인 것이다.
목본식물이 잎이 나기 전 꽃을 피우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라고 한다. 먼저 꽃을 피워 수정을 이뤄 줄 벌과 나비 등을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 꽃을 먼저 피우기 위해 잎이 무성한 여름과 가을에 만들어 낸 영양분을 꽃눈에 저장하고 겨울을 견딘다고 한다. 내일을 위한 헌신과 인내라는 생존의 지혜가 꽃과 잎 모두에 담겨 있는 셈이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여파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선거에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수습책’을 놓고 고민 중이다. 승리한 국민의힘은 ‘야권 통합’을 두고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두 내년 봄 대선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쇄신론을 두고 ‘친문’과 ‘비문’의 갈등이 격화하는 조짐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야권 통합을 외치고는 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대표를 포용할 수 있는 내부 역량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존재한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무능과 오만’의 프레임을 깨는 것이 급선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혁신 보수’로의 전환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일 것이다. 여야 모두에게 집단 지성을 통한 내부 결집이 요구되고 있다.
결국 헌신과 인내를 통해 미래 비전을 충실히 마련한 정당이 내년 봄 대선 승리의 꽃을 피워 낼 것이다. 꽃은 결코 그냥 피지 않는다. 지금 여야 모두가 되새겨야 할 말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목본식물이 잎이 나기 전 꽃을 피우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라고 한다. 먼저 꽃을 피워 수정을 이뤄 줄 벌과 나비 등을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 꽃을 먼저 피우기 위해 잎이 무성한 여름과 가을에 만들어 낸 영양분을 꽃눈에 저장하고 겨울을 견딘다고 한다. 내일을 위한 헌신과 인내라는 생존의 지혜가 꽃과 잎 모두에 담겨 있는 셈이다.
결국 헌신과 인내를 통해 미래 비전을 충실히 마련한 정당이 내년 봄 대선 승리의 꽃을 피워 낼 것이다. 꽃은 결코 그냥 피지 않는다. 지금 여야 모두가 되새겨야 할 말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