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믿음의 세계
2021년 04월 08일(목) 23:00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종교를 믿어 왔을까? 조용히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어쩌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이 문제가 아닐까? 인간은 얼마나 위대한 걸작인가. 이성은 고귀하고 능력은 무한하고 행동은 천사와 같고 이해는 신과 같다. 세계의 미요, 만물의 영장이다. 영국의 문호 월리엄 셰익스피어가 그의 작품 ‘햄릿’(Hamlet)을 통해 말한 ‘인간 예찬’이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이다.

무엇이 이렇게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일까? 인간의 힘은 무엇일까. 인간은 신체적으로 많은 약점이 있다. 먹이를 얻기 위한 사나운 무기도 없고 추위를 막기 위한 털옷도 없으며 하늘을 나는 날개도 없다. 파스칼은 “인간은 자연 속에서도 가장 가냘픈 한 줄기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란 한없이 약한 존재이지만, 인간이 위대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에 있다고 하였다.

비참한 인간이 가장 위대한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는 점은 자기의 처지에 대한 자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 욕망을 바탕으로만 놓은 이상과 부족한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끝없는 노력이다. 인간은 부족을 자각하면서 이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도구를 만들고 새로운 삶의 지혜를 쌓아 왔다. 해를 섬기기도 하고 달이나 별을 섬기기도 하였다. 때로는 큰 나무가 거대한 돌 바위를 섬기기도 했다. 이를 ‘토테미즘’(totemism)이라고 한다.

사람의 지혜가 열리고 문화가 발달하면서 수수께끼들이 과학에 의해 증명되기도 했고 철학적인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거기에 따라 신앙의 형태도 바뀌어 갔다. 그러나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인간이 알 수 없는 우주의 신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제들만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현상 이면의 질서와 법칙, 변화 속에 이어져가는 영원한 신비 앞에 인간은 머리 숙이는 법을 알아야 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그의 신념을 표현하는 글 가운데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예술, 모든 과학의 원천이다.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 공경하고 두려운 생각에 감동되어 경이에 황홀하게 도취할 수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충족할 수 없는 것이 실제 존재하고 그것이 우리의 유치한 능력으로써는 거의 일부분의 삶도 이해할 수 없다”고 술회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신비와 존재 이면의 명확한 진리에 대하여 종교적 경건성을 가지고 살았다. 종교는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다.

세계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그중에는 아직도 자연 불을 숭배하는 원시 종교의 형태를 갖고 있는 종교가 있고 성인들의 절대적인 진리를 믿는 종교도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종교가 서양의 기독교, 마호메트교, 동양에서는 불교와 유교이다. 동양과 서양의 종교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진리와 인간과의 관계를 밝히고 인간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을 가르치고 인간이 죄인임을 깨우치고 있다. ‘종교’(Religion)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을 다시 결합시키는 길이라고도 한다. 동양에서는 ‘종교’(宗敎)란 사람이 진리의 뜻을 알아 진리대로 살아가도록 하는 큰 가르침으로 보았다. 유교에서 사람이 하늘의 도를 실천함으로써 하늘과 하나가 되는 길을 목표로 했고 도교에서도 자연에 돌아감을 목표로 하였다.

이렇게 볼 때 종교는 인간이 스스로 무력함을 자각하고 절대자적 세계에 대한 확신을 갖고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성실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을 말한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부처님께서도, 대종사님께서도 인생을 참으로 잘 사는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시다가 우주의 진리를 깨치시고, 이 우주의 진리를 따라 인간이 살아가야 할 길을 가르치신 것이다. 종교는 하잘 것 없는 인생이 우주의 진리를 믿고 그 진리와 하나 되려 하는 경건한 노력 속에서 체험되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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