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2021년 03월 31일(수) 06:00
‘개소리’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진실이나 거짓 어느 쪽으로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허구의 담론으로 정의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판치고 있는 ‘가짜뉴스’를 통틀어 지칭하기도 한다.

퓰리처상과 국제엠네스티 저널리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은 최근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가짜뉴스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왜 이런 가짜 뉴스가 득세할 수 있는지, 어떤 동기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가담하고 있는지를 알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짜뉴스 문제가 정치권을 비롯한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을 둘러싼 각종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가 온·오프라인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백신을 맞으면 죽을 수 있다’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등등 각종 ‘개소리’가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백신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돼 진실 규명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기에는 정치권이 백신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며 불신을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진실이나 거짓 그 어느 쪽으로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허구의 담론에 대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 채 이를 믿는 사람들도 문제다.

제임스 볼은 가짜뉴스인 ‘개소리’를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탈진실은 진실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세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가짜뉴스인 ‘개소리’가 아무리 한심한 수준이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론매체는 습관처럼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만 미디어 생태계를 위협하는 개소리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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