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올림픽’
2021년 03월 26일(금) 05:30
“40년마다 한 번씩 올림픽에 저주가 일어난다.” 아소 다로 전 일본 부총리의 말이다. 194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개최권을 반납했다. 이후 40년 만인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반발로 한국을 비롯한 62개국이 불참해 ‘반쪽 대회’로 치러졌다.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은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간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는 7월 대회를 치르게 된다. 세 번의 ‘저주 받은 올림픽’ 중 두 번이 도쿄올림픽이다 보니 일본 내에서 자조 섞인 말이 나온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지난 20일 일본 외의 관중을 받지 않고, 국내 관중 수도 50%로 제한하는 ‘반쪽 올림픽’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올림픽을 통한 경제 부흥이나 후쿠시마 사고 오명 벗기 등의 목표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3월 그리스에서 채화된 뒤 긴 잠에 빠져 있던 성화는 어제부터 봉송길에 올랐다. 본격적인 올림픽 여정이 시작되면서, 일본은 코로나 긴급 사태를 전면 해제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올림픽 개막 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촌 식탁에 방사능으로 얼룩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도쿄올림픽이 강행된다 해도 국가 단위 혹은 선수 개인별 불참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쿠시마 경기장에서 열리는 야구의 경우 미국·유럽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출전을 보이콧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올림픽은 열려야 한다. 선수들의 페어플레이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인류의 평화와 친선 그리고 도약을 이루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가장 큰 평화 운동이기도 하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되었지 않았던가.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남북·북미·북일 등 다자 간 대화의 장이 열리고,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의 꽃이 활짝 피었으면 한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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