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영화
2021년 03월 25일(목) 05:30 가가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던 영화인데도 이런 저런 이유로 관람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겐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도 그런 영화다. 그동안 TV 등에서 숱하게 상영됐지만 스케일이 큰 영화인 터라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리라 고대했었다. 그러다 마침내 올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3부작이 한꺼번에 재개봉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3일 연속 보게 되면서 뒤늦은 즐거움을 만끽했다.
각 편의 상영 시간이 세 시간 남짓이나 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이런 영화를 20년 전에 만들다니!” “역시 이런 영화는 음향 좋은 영화관에서 대형 화면으로 봐야 해.” 사실, 최근에는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넷플릭스’나 ‘왓차’ 등을 통해 원하는 영화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가 관람객이 급감한 영화관이다. 신작들은 개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영화 배급사들은 ‘재개봉’이라는 카드로 상황을 돌파 중이다. 하지만 최근 화질과 음질을 개선한 ‘리마스터링’(Remastering) 버전이 재개봉되면서 영화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1990년대 영화 팬들을 흥분시켰던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열혈남아’ 등도 재개봉 대열에 합류했다. 만우절이었던 지난 2003년 4월1일,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나 버린 장국영의 ‘패왕별희’ ‘아비정전’ ‘영웅본색’ 등 다섯 편의 작품은 25일부터 관람객들을 만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번지 점프를 하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도 개봉 대기 중이다.
영화나 책이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읽힌다. 20년 전 본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와 2021년 관람한 ‘화양연화’는 분명 같은 영화지만, 나에게는 ‘다른 영화’처럼 다가왔다.
러닝셔츠 차림으로 맘보 춤을 추는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모습이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며 마음을 다잡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스칼렛 오하라의 이야기가 ‘현재’의 당신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영화나 책이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읽힌다. 20년 전 본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와 2021년 관람한 ‘화양연화’는 분명 같은 영화지만, 나에게는 ‘다른 영화’처럼 다가왔다.
러닝셔츠 차림으로 맘보 춤을 추는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모습이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며 마음을 다잡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스칼렛 오하라의 이야기가 ‘현재’의 당신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