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논란 유감
2021년 03월 24일(수) 05:30
‘왈순 아지매’로 유명한 시사만화가 정운경은 “사설이 쓰지 못하는 기사는 칼럼이 쓰고, 칼럼이 쓰지 못하는 것은 만화에서 다룬다”는 말로 시사만화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신문에 실리는 시사만화의 매력은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에 있다. 글의 힘을 강조할 때 ‘칼보다 펜이 강하다’고 하는데 ‘펜보다 강한 것이 붓’이란 말에서 시사만화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1909년 처음 등장한 한국의 시사만화는 1990년대까지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네 컷 만화’였다. ‘고바우 영감’ ‘왈순 아지매’ 등 고유의 캐릭터가 등장해 신랄한 풍자로 세태를 꼬집었다.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은 ‘경무대(이승만 당시 대통령 관저)는 똥 치우는 사람마저 권력을 휘두른다’며 이승만 독재를 풍자했다가 기관에 연행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한 컷 만화’가 등장하면서 만평시대가 열렸다. 만평은 네 컷 만화에 비해 메시지 전달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종종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백무현의 서울만평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 당시 부시 대통령의 말을 빌려 “한 방에 33명… 이로써 우리의 총기 기술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이라고 표현했다가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르 에브도의 만평 논란도 유명하다. 에브도는 2015년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조롱한 만화를 게재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총기 테러에 12명의 직원을 잃었다. 이 사건 5주년을 맞아 지난해에는 논란이 됐던 만평을 특집호에 다시 게재했다가 파키스탄 청년의 테러와 파리 중학교 교사 참수 사건을 불렀다.

대구의 매일신문이 만평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5·18 당시 계엄군의 시민 폭행 장면에 빗대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만평을 즉각 내리고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5월단체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해 8월 만평에서도 5·18을 희화화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아무리 촌철살인의 풍자라 해도 때로는 비유가 적절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비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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