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도수련장 관덕정 직영체제 전환 놓고 갈등
2021년 03월 22일(월) 21:10
광주시궁도협회, 무예·인문학·기예닦는 융복합 공간 운영 계획
관덕정 사원(射員)들 “전통 무시하고 독단적인 운영 안돼” 반발
광주시궁도협회에서 궁도수련장인 광주 관덕정을 직영체제로 전환할 방침을 밝히자 관덕정 사원(射員)들이 반발하고 있다.

22일 광주시궁도협회(시궁도협회)와 관덕정 사원들에 따르면 시궁도협회가 오는 5월부터 광주 남구 사동에 있는 관덕정을 직접 운영·관리하기로 했다.

시궁도협회는 지난 2018년 광주체육회와 맺은 ‘체육시설(관덕정) 운영 계약서’를 근거로 이같이 결정했다. 이를 토대로 관덕정은 무예와 인문학, 기예를 닦는 융복합 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하지만 관덕정 사원들은 “관덕정은 독립적인 단체이며, 소속 회원의 동의없는 시설 운영 계약서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어 “시궁도협회가 광주시체육회와 운영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시궁도협회 이사회 및 총회의 승인 등 가결절차를 무시하고 협회장 개인의 직권으로 체육회와 운영협약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시궁도협회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관덕정 운영 주체를 일방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지적한다.

관덕정은 수백년 동안 사원들이 대표 등을 뽑아 자율적으로 운영해온 공간으로, 지난 1984년 광주시에 기부채납됐다. 광주시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방안의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시 소유 공간이 된 관덕정은 그동안 150여명 사원이 일정 비용을 내고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다. 전임 시궁도협회 집행부에서도 이를 인정해왔다.

관덕정의 한 관계자는 “시궁도협회 새 집행부가 관덕정 사원들과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고 조직 자체를 와해하려 한다”며 “관덕정은 수백년 전통에 따라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전국 어디에도 궁도협회에서 직영하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집행부가 운영방식을 변경하려면 관덕정 사원들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관덕정 운영 주체를 바꾸는 것은 독단적인 처사이며 관덕정의 수백년 역사를 말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반면, 시궁도협회는 관덕정에서 재정문제를 불투명하게 처리하는 등 운영 난맥상이 드러나 협회에서 관덕정을 직영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궁도협회의 고위간부는 “지금까지 관덕정에서 제대로 시설 사용료를 받지도 않고 이를 계좌로 투명하게 관리하지도 않았다. 시설 관리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급료도 사실상 자격 없는 사람에게 주는 등 폐해가 있었다”며 “시궁도협회에서 운영하는 것은 계약당사자인 시궁도협회와 광주시간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는 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로 대의원회의, 이사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관덕정 시설을 제대로 관리할 사람을 파견해 시설과 운영을 투명하게 할 방침”이라며 “관덕정 사원들은 법에 따르면 관덕정 운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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