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권력
2021년 03월 22일(월) 05:30 가가
에덴동산을 떠나가는 아담과 이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대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약속을 깨뜨리고 선악과를 따 먹은 두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꼈을까? 아니면 ‘호기심으로 뭉친 인간이 결국 선악과를 따 먹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을까? 그도 아니라면 금지된 과일을 에덴동산에 방치해 둔 부주의를 자책하고 있었을까?
신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뇌리에 떠올릴 만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절대자의 입장을 벗어나 인간의 시선에서 현장을 바라본다면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를 법하다. “왜 절대자는 사람들이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했을까?” 그리고 “에덴동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지금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에덴동산이 존재해 왔다. 잘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해 주고 존경과 사랑을 강요하는 이들을 비롯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숭배를 요구하는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왕이나 절대군주, 독재자 등이 자신이 주도해 만들어 낸 집단·부족·국가라는 다양한 에덴동산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복종과 충성을 강요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화에서처럼 이들 수많은 에덴동산에는 ‘또 다른 세상, 발전된 세상’에 관한 데이터가 새겨진 선악과가 심어져 있다. 그리고 정해진 순서처럼 선악과를 따먹은 사람들은 기존 권력의 박해를 극복하며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숭배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신이 존재할 수 있듯, 왕과 독재자를 비롯한 모든 권력은 그들을 지탱해 주는 국민이 있어야 유지된다’는 당연한 사실에 눈을 떠 왔다.
지금 영국·사우디·태국·미얀마 등 명목상으로나마 군주제가 이어져 오고 있거나, 군부나 종신 대통령 등의 형태로 독재자들이 무자비한 철권을 휘둘러 온 몇몇 국가에서는, ‘강요된 권력’의 추락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들 권력은 몇 푼의 돈과 그럴 듯한 속임수 그리고 총칼로 국민의 영혼을 마비시키고 유린하면서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이들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같은 에덴동산은 ‘황폐한 사육장’일 뿐이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사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에덴동산이 존재해 왔다. 잘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해 주고 존경과 사랑을 강요하는 이들을 비롯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숭배를 요구하는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왕이나 절대군주, 독재자 등이 자신이 주도해 만들어 낸 집단·부족·국가라는 다양한 에덴동산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복종과 충성을 강요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