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탁상 안전 점검’이 산업재해 부른다
2021년 03월 18일(목) 00:00
고용노동부가 올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의 안전점검 시스템으로는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감독 인력이 부족한 탓에 산업 안전에 대한 점검을 현장이 아니라 회사 측이 제출하는 서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산하에는 산업현장의 안전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재해 조사 등을 담당하는 산업안전감독관이 광주청 27명, 여수지청 8명, 목포지청 6명 등 모두 41명이 있다. 하지만 이들 감독관이 담당하는 사업장은 광주 6만 곳, 전남 6만 7000곳 등 12만 7000곳에 달한다. 한 명당 평균 3100곳이 넘는 셈이다.

이처럼 담당 사업장이 많고 업무량이 과중하다 보니 지난 2018년 광주지방노동청에서는 한 감독관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도 있었다. 특히 감독관이 직접 산업현장을 돌며 사고의 위험성을 살피고 감독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여서 사업자 측이 제공하는 서류와 보고서만으로 현장의 안전을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안전점검이 허술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산업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나 광주글로벌모터스 등 산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업체에서는 사후 현장 근로감독 때마다 수십~수백 건씩 위법 사항이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에 대한 근로감독이 이처럼 현장이 아닌 탁상에서, 예방 위주가 아니라 사고 발생 후 ‘사후약방문식’으로 이뤄지는 한 산재 사고는 막을 수 없다. 올 들어서만 광주·전남에서 안전사고로 일곱 명이나 희생된 것이 이를 말해 준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다. 그런 만큼 정부는 산업안전 감독관 정원을 과감히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고 촘촘한 산재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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