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나무 생각’] 가장 한국적인 꽃이 선물하는 ‘봄의 환희’
2021년 03월 18일(목) 00:00 가가
봄의 기미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건 나무다. 나무는 봄의 속도를 알려 주는 또렷한 지표다. 기상청은 지역별로 정한 관측 표준목의 가지에서 세 송이의 꽃이 피어나는 걸 개화 기준으로 삼고 해마다 봄꽃 개화 시기 예상도를 발표한다.
기상청이 봄꽃 개화 예상 시기 발표를 민간업체에 넘긴 올해에는 기관마다 독자적으로 개화 시기를 예상해 발표했다. 업체마다 지정한 표준목이 달라서 차이가 있지만 그래 봐야 하루 이틀 사이다. 우리 지역 광주를 기준으로 하면 개나리 개화를 한 업체에서는 엊그제인 3월16일, 다른 업체에서는 내일 모레인 3월20일이라 했다. 어찌 됐든 이번 주에는 개나리가 피어난다는 이야기다. 시나브로 봄이 다가왔다.
개나리는 우리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개나리의 식물학명은 포시티아 코리아나(Forsythia koreana). 식물학명에 우리나라가 원산지임이 표시된(코리아나) 몇 안 되는 식물이다.
우리 토종 식물 가운데에는 일본이 원산지인 것처럼 식물학명에 자포니카(japonica)로 표기된 식물이 많다. 우리 식물에 학명을 처음 붙인 사람이 일제 강점기 때의 분류학자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반도의 모든 식물을 꼼꼼히 조사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면서, 우리 토종 식물의 학명을 붙이고 학계에 등록했다. 그때 우리 땅을 일본의 부속 지역으로 생각했던 그는 학명에 자포니카라고 표기했다. 역사의식이 모자란 일본인 학자의 하릴없는 처사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코리아나’라는 표기를 붙여 우리 토종 나무임을 분명히 한 나무가 개나리다. 그의 눈에도 개나리는 한국 땅에서 한국인들의 정서에 가장 ‘알맞춤하게’ 오래도록 살아온 가장 한국적인 식물이었다. 개나리야말로 자타가 공인할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 고유의 나무이고, 우리 문화의 상징이라 할 만한 식물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개나리는 일본과 중국에서 자라는 종류를 포함해 모두 여덟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나리 외에 산개나리, 만리화, 장수만리화 등 네 가지가 자라는데, 그 가운데 개나리꽃의 노란색이 가장 선명하고 화려하다.
개나리꽃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개나리꽃에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 식물학에서는 암술이 발달한 암꽃을 장주화(長柱花)라고 하고, 암술이 퇴화하고 수술이 발달한 수꽃을 단주화(短柱花)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개나리에서는 장주화인 암꽃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암꽃은 수술의 꽃가루를 받아들여 씨앗을 맺어 자손을 퍼뜨리는 식물의 가장 본능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암꽃이 없다면 자손 번식이라는 생명의 본능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개나리는 번식 본능을 포기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이 땅의 어느 나무보다 더 많은 자손과 더 넒은 생존 영역을 가진다. 이는 개나리를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이 많이 심고 키워 왔기 때문이다. 개나리는 생애를 통틀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번식 활동에 손수 나서지 않고 사람의 힘을 빌렸다. 수분과 번식이라는 힘겨운 과정을 거치지 않는 대신 사람을 고용한 셈이다. 개나리에 고용된 사람은 흔쾌히 긴 세월 동안 무임금 노동을 해 왔다. 물론 돈으로 계산되는 임금은 한 푼도 못 받았지만, 사람들은 긴 겨울을 이겨낸 봄의 환희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유일한 보상이었으며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보상이었다.
최근 나무를 부정한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실태가 날마다 뉴스에 오르내린다. 이 사람들은 1제곱미터의 좁은 공간에 무려 16그루의 나무를 심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오로지 나무를 돈으로만 계산했다. 토지를 보상받게 될 장래에 나무를 죽여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잔인무도한 행위다.
세상의 모든 나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상을 가져다주는 생명체다. 나무는 말없이 우리 곁에서 평화와 환희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생명체이다. 언제나 돈을 우선시하는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쓸쓸히 피어나는 개나리꽃 한 송이가 더 간절하게 기다려지는 봄이다. <나무 칼럼니스트>
개나리는 우리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개나리의 식물학명은 포시티아 코리아나(Forsythia koreana). 식물학명에 우리나라가 원산지임이 표시된(코리아나) 몇 안 되는 식물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개나리는 일본과 중국에서 자라는 종류를 포함해 모두 여덟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나리 외에 산개나리, 만리화, 장수만리화 등 네 가지가 자라는데, 그 가운데 개나리꽃의 노란색이 가장 선명하고 화려하다.
개나리꽃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개나리꽃에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 식물학에서는 암술이 발달한 암꽃을 장주화(長柱花)라고 하고, 암술이 퇴화하고 수술이 발달한 수꽃을 단주화(短柱花)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개나리에서는 장주화인 암꽃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암꽃은 수술의 꽃가루를 받아들여 씨앗을 맺어 자손을 퍼뜨리는 식물의 가장 본능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암꽃이 없다면 자손 번식이라는 생명의 본능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개나리는 번식 본능을 포기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이 땅의 어느 나무보다 더 많은 자손과 더 넒은 생존 영역을 가진다. 이는 개나리를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이 많이 심고 키워 왔기 때문이다. 개나리는 생애를 통틀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번식 활동에 손수 나서지 않고 사람의 힘을 빌렸다. 수분과 번식이라는 힘겨운 과정을 거치지 않는 대신 사람을 고용한 셈이다. 개나리에 고용된 사람은 흔쾌히 긴 세월 동안 무임금 노동을 해 왔다. 물론 돈으로 계산되는 임금은 한 푼도 못 받았지만, 사람들은 긴 겨울을 이겨낸 봄의 환희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유일한 보상이었으며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보상이었다.
최근 나무를 부정한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실태가 날마다 뉴스에 오르내린다. 이 사람들은 1제곱미터의 좁은 공간에 무려 16그루의 나무를 심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오로지 나무를 돈으로만 계산했다. 토지를 보상받게 될 장래에 나무를 죽여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잔인무도한 행위다.
세상의 모든 나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상을 가져다주는 생명체다. 나무는 말없이 우리 곁에서 평화와 환희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생명체이다. 언제나 돈을 우선시하는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쓸쓸히 피어나는 개나리꽃 한 송이가 더 간절하게 기다려지는 봄이다. <나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