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역린
2021년 03월 16일(화) 05:30
입시·병역·부동산 문제는 ‘민심의 3대 역린(逆鱗)’으로 꼽힌다. 역린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군주(민심)의 노여움을 지칭하는 말이다. 정치사를 보면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정권은 톡톡한 대가를 치렀다. 비근한 예로 불과 4년 전, 비선 실세 자녀의 입시 부정 문제로 촉발된 민심의 분노는 박근혜 정부를 비참하게 무너뜨렸고, 촛불 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들어서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된 바 있다.

3대 역린 가운데 부동산 문제는 삶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폭발성이 가장 크다. 한데 문재인 정부는 허술한 부동산 정책으로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그동안 25차례나 각종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터지고 이어진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도 사실상 ‘맹탕’에 그쳐 민심의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이는 차명으로 이뤄지는 투기 거래 특성상, 공직자 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투기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다.

이에 투기할 돈도 정보도 없는 서민들의 분노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촛불 정권’에서마저 불공정과 불의가 여전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눈앞에 두고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여파를 최소화하려 ‘발본색원’을 외쳤던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혹 떼려다 혹 붙인’ 딱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제 여권은 더 이상 민심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우선 2차 조사를 맡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민심이 공감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여당은 공직사회의 투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촘촘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여권은 4월 재보궐선거에서 필패는 물론 내년 정권 재창출의 꿈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분노한 민심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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