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노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최성은 옮김
2021년 03월 06일(토) 10:00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출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난 2012년 2월 1일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쉼보르스카의 오래된 원고 뭉치가 시집으로 출간됐다. ‘검은 노래’는 생전에 출간되지 않은 초기작들로 구성돼 있어 ‘시인 이전의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945년 ‘단어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쉼보르스카는 1949년 무렵 등단 시집을 준비했으나 안타깝게 발간하지 못했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설이 있다. 스스로 출판을 철회했다는 설, 정권의 검열 때문이라는 이유 등 여러 말이 있다.

번역을 맡은 최성은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 교수에 따르면 이번 시집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는 제2차 세계대전과 대학살,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상실, 아픔 등이다. 시인의 생애에서 자의나 혹은 타의로 빈칸으로 남아 있던 공백이 시집 출간으로 비로소 메꿔졌다고 보는 이유다. 쉼보르스카의 미발간 초기 원고 외에도 생전 출간된 정규 시집에 수록된 시들 가운데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도 연대별로 수록돼 있다.

무엇보다 첫 시집 이전의 시에서 위대한 시인의 첫걸음을 만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연설문은 여전한 울림을 준다.

“우리는 세상을 떠올릴 때마다, 늘 그 거대함 때문에 그리고 우리 자신의 무력함 때문에 공포를 느끼곤 합니다. 또한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이 겪는 개별적인 고통에 세상이 너무나도 무관심한 데 대해 쓰라린 분노를 품기도 합니다.(중략)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갖는 시어의 세계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문학과지성사·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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