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소금
2021년 03월 02일(화) 05:00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정의당이 오는 23일 신임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광주 출신 강은미 원내대표는 지난주 전국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지난 한 달간 우리가 경험한 고통은 한국 사회가 뼈아프게 반성했어야 할 상처’라며 ‘정의당은 아픔만큼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사실상 첫 진보정당으로 나섰던 민주노동당(민노당)이 출발점이었다. 민노당은 지난 2000년 1월 창당, 2004년 17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제도권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비록 의석수는 10석에 불과했지만 존재감은 만만치 않았다. 민노당이 주창한 무상급식·경제민주화 등은 이제 정치권의 주요 의제가 됐다.

스타 의원들도 많았다. 대선 TV 토론에서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로 유명했던 권영길 전 의원, ‘6411번 버스’로 민심을 울컥하게 했던 고(故) 노회찬 전 의원, 개량 한복을 입고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공중부양’으로 화제가 됐던 강기갑 전 의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인민무력부장’으로 불렸던 심상정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과 종북 논란 등으로 인한 분열은 진보 정당의 발목을 잡았다. 진통 끝에 결국 대표 진보정당으로 살아남은 정의당이 정치권의 ‘소금 ’역할을 해 왔지만 아직 더 큰 길을 개척해 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정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후 21대 국회에서 젠더폭력에 적극 대응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처리를 주도하면서 한때 주목받기도 했으나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정치적 치명타를 입은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경제·사회적 격차가 커지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불투명해진 미래는 거대 양당 체제에서 진보 정당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각오로 분발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정의당이 다시 시대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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