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기부
2021년 02월 25일(목) 05:00
한때 홍콩영화가 극장가를 주름잡던 시대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애정하는’ 배우 한 명쯤 마음에 품고 있던 때다. ‘사대천황’으로 불렸던 곽부성·여명·유덕화·장학우를 비롯해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떠나 버린 장국영, 그리고 우수 어린 눈빛으로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던 양조위가 대표적이다. 장만옥과 왕조현·임청하·왕정문을 좋아하는 남성 팬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영웅본색’의 주윤발 역시 한국인이 사랑한 최고의 홍콩 스타다. 그는 2018년 다른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뉴스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8100억 원에 이르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평소 버스를 이용하며, 휴대전화기를 17년 동안이나 사용했고, 한 달 용돈으로 12만 원을 쓴다는 주윤발은 당시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제자였던 ‘인도의 성자’ 비노바 바베는 13년간 8000km를 걸으며 인도 전역의 부자들을 찾아다녔다. 귀족 계층이었던 그가 마음을 다해 말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당신이 가진 땅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처음엔 반응이 냉담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부자들에게서 증여받은 토지는 무려 8만㎢. 스코틀랜드 전체 면적만 한 넓은 땅이었다.

최근 기업인들의 통 큰 기부가 화제가 됐는데, 먼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전 재산의 절반인 약 5조 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며칠 뒤에는 완도 출신으로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부부가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공식 가입, 눈길을 끌었다. ‘더 기빙 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현재 218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10억 달러(약 1조 원)가 넘는 재산을 보유해야 가입 대상이 되고 그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회원이 된다. 김 의장은 최소 5500억 원 정도를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부에 나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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