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같은’ 빈집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
2021년 02월 09일(화) 06:00 가가
신안 출신 고성혁 시인 ‘빈집’ 출간
노령화가 급속이 진행되면서 농촌에는 빈집이 늘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빈집은 유년의 추억이 깃들어 있거나, 혈육의 정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신안 출신 고성혁 시인에게 빈집은 ‘마치 어머니 같은’ 존재다. “삭아가는 지붕”이며 “흰머리 같고 듬성듬성 드러난 대들보와 구부러진 서까래는 주름살”을 닮았다.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빈집’(문학들)은 삶에 대한 회고와 관조가 번뜩인다. ‘삶’으로 상징되는 ‘빈집’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끈처럼 잇고 있다. 결코 단절될 수 없는, 아니 단절되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품는다. 이번 시집을 펴내게 된 이유를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빈집이 늘어난다. 나날이 형체를 잃어가는 마당에 나뭇잎만 쌓이는 묵은 집. 주름살 가득한 노인처럼 무망하게 선 채 수심이 깊다.”
표제작 ‘빈집’은 두 편이 실려 있는데, 하나는 ‘회귀’이며 또 하나는 ‘소멸점 너머’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특히 “해진 신발을 읽다가 그동안의 이별을”, “고요가 녹슨 주발처럼 푸르다”, “숨이 멎듯 풍경이 운다” 등과 같은 표현은 생생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준다. 오랜 사유를 통해 시상을 가다듬고 시어 하나하나를 맞춤하게 선택한 흔적이 예사롭지 않다.
이은봉 시인은 추천사에서 “그는 시를 자기 수행의 한 형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라며 “나날의 고통을 언제나 꿋꿋하게 드높은 정신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평한다.
한편 고 시인은 1997년 계간 ‘시와산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낡은 시네마 필름처럼’, ‘귀항’과 산문집 ‘그저 자는 듯 죽게 해 주십사’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신안 출신 고성혁 시인에게 빈집은 ‘마치 어머니 같은’ 존재다. “삭아가는 지붕”이며 “흰머리 같고 듬성듬성 드러난 대들보와 구부러진 서까래는 주름살”을 닮았다.
“빈집이 늘어난다. 나날이 형체를 잃어가는 마당에 나뭇잎만 쌓이는 묵은 집. 주름살 가득한 노인처럼 무망하게 선 채 수심이 깊다.”
특히 “해진 신발을 읽다가 그동안의 이별을”, “고요가 녹슨 주발처럼 푸르다”, “숨이 멎듯 풍경이 운다” 등과 같은 표현은 생생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준다. 오랜 사유를 통해 시상을 가다듬고 시어 하나하나를 맞춤하게 선택한 흔적이 예사롭지 않다.
한편 고 시인은 1997년 계간 ‘시와산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낡은 시네마 필름처럼’, ‘귀항’과 산문집 ‘그저 자는 듯 죽게 해 주십사’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