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 취임 앞둔 전갑수 광주협회장 “배구, 광주 스포츠 브랜드로 만들고 여자 프로팀 창단”
2021년 02월 04일(목) 20:00
선수 출신 스포츠 행정가 신망 두터워
운영하는 기업도 장애인 17명 고용
지적장애인 실업팀 만들고 대회 신설
세계 장애인선수권 공동 개최 모색도
한국전력 배구단 유치 지속 추진
두 종목 맡아 일 늘었지만 행복해
전갑수(60) 광주시배구협회장이 최근 제7대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광주시배구협회장은 올해 단독 출마해 연임하게 됐고, 대한장애인 배구협회장은 경선을 거쳐 수장에 올랐다. 배구 선수 출신 스포츠 행정가로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치러진 광주시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석패했지만, 그에 대한 체육인들의 기대와 지지는 두텁고 폭넓었다.

그가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에 나선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그가 이끌고 있는 ‘백양실업’은 대표적인 장애인 고용기업으로, 장애인 17명을 직원으로 두고 있다. 권영진 현 대구시장이 제3~4대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을 맡았을 때 부회장으로 활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래 전 지인의 초청으로 광주에서 열리는 장애인좌식배구를 관전했어요.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비장애인을 능가하는 그들의 열정과 배구 스킬을 보고 나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지요. 비장애인 배구밖에 몰랐던 저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계기가 됐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내가 살아온 삶을 반성하게 됐지요. 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힘들다고 느낀 일들이 하찮게 느껴졌습니다. 이들이 맘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고 그 때 결심했죠.

전 회장은 자신의 배구철학을 실천할 절호의 기회를 십분 살려나갈 계획이다. 회장으로서 첫 사업은 지적장애인 배구를 전국 장애인체전 정식 종목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는 수첩 첫 머리에 ‘회장배 지적장애인배구대회 신설, 실업팀 창단’라고 써놓았다. 이런 구상에는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바탕으로 삶에서 보람과 활력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전국 장애인학교에 지적장애인 배구팀이 15개나 있어요. 하지만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너무 협소합니다. 이들이 마음껏 운동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실업팀으로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이들이 성장하면 현재 아시아 4∼5위권, 세계 18위∼20위권인 한국장애인 배구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믿습니다. 회장 임기 동안 세계 주요 대회에서 메달권에 진입하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전 회장은 ‘배구를 광주의 스포츠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초·중·고, 대학, 실업, 프로팀이라는 연계 육성 시스템을 보유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한국전력 배구단 연고지 광주이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세계 장애인 선수권 대회를 대구와 공동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세계 장애인 선수권 대회 국내 유치 도시로 확정된 대구에 제안해 광주와 대회를 나눠 치르는 것이다. ‘달빛동맹’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양 도시간 우의를 다지고 스포츠를 통해 이를 한층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수 육성과 저변을 넓히기 위해 초등학교 남녀 팀을 창단할 계획입니다. 임기 내에 한전 배구팀 연고지 이전을 비롯해 여자 프로배구팀도 창단할 것입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광주는 명실상부하게 남녀 프로 배구팀을 보유한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인기 종목인 남녀 프로 배구팀이 광주에 있다면 스포츠 도시로서 브랜드 가치·인지도 상승은 물론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 효과가 매우 클 것입니다. 호남권은 물론 경상도 팬들까지 광주를 찾게될 것입니다. 지역민에게는 실내 스포츠를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외지인들에게는 프로배구팀이 광주를 찾게되는 매력 포인트가 되는거지요.”

전갑수 회장이 광주배구협회장과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스포츠 행정가로서 배구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꿈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 출신으로 1988년까지 지도자 생활을 한 뒤 사업을 시작하면서 20여년 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지만, 다시 스포츠행정가로 복귀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종목 단체장을 맡아도 자신 있는 이유는 배구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잘 아는 종목이지요. 일의 흐름과 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아요. 다만 업무량이 조금 더 늘었다는 것 뿐이지요. 제가 집중하는 부문은 임기 내에 목표를 달성하는 일입니다.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배구인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 광주 배구, 장애인배구를 탄탄한 기반에 올려놓는 것이지요.”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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