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법칙
2020년 11월 20일(금) 06:00

임 형 준 순천 빛보라교회 담임목사

가을이 깊어지니 자연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다가오는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한다. 지구촌은 코로나 여진으로 여전히 진행되는 위험 앞에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자연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 풍요로운 곡식과 과실을 내놓는다. 기독교에서는 한 해 동안 땀을 흘려 얻어지는 열매를 추수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추수 감사절을 지키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전통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면 추수감사절의 역사는 청교도의 미국 이주와 더불어 시작된다. 1620년 12월 102명의 청교도들이 미국의 동북부에 위치한 아주 추운 지역인 프리머스 땅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해 겨울에 혹독한 대륙의 추위와 굶주림, 질병 그리고 인디언들의 습격 속에서 거의 과반수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게 되지만 청교도들은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절대 신앙과 개척 의지를 불태우며 정착의 꿈을 펼쳐 나간다. 봄이 되자 청교도들은 밭을 일구어 유럽에서 가지고 온 밀과 완두콩, 호박 등을 심어 새로운 터전을 준비하였으나 인디언들이 몰려와서 그것을 다 짓밟아 버렸다. 청교도들은 그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금식과 기도를 하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보고자 노력했지만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고 질병도 여전했으며 인디언들의 공격 또한 멈추지 않았다.

이때 한 농부가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당면한 고통과 문제만을 해결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제부터는 생각을 좀 달리하여 비록 농사는 흉년이 들었고 형제자매들은 병으로 쓰러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우리가 감사할 것을 한번 생각하고 찾아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본토 유럽을 떠나와 신앙의 자유를 얻은 곳이며, 눈을 들어 보이는 모든 광대한 대지는 우리가 충분히 쓸 수 있는 땅이다.’ ‘자유와 대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사의 조건이 된다는 농부의 연설에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큰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감사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 졌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감사를 찾아내고, 미래에 주어질 감사도 찾아내어 ‘먼저 감사’라는 축제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고 ‘먼저 감사’ 하면 그 감사의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 속에 놀라운 진리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그들은 감사 주간을 선포하게 되었고 그 감사 주간이 끝나고 얼마 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원수로 지내던 인디언 부족 추장이 찾아와 상호 협력과 불가침 조약을 맺음과 동시에 밀과 옥수수 등 작물 경작법을 전수해 주었다. 그 덕분에 청교도들은 그해 가을, 아주 풍성한 추수를 거두어들였고 들에 나가 칠면조를 잡아 와 자신들을 도와준 인디언들을 초청했다. 인디언들은 사슴을 잡아 와 함께 음식을 요리하고, 감사 예배를 드리며, 춤과 노래를 통해 기쁨의 축제를 만끽했다. 그것이 미국에서 드린 최초의 청교도 추수 감사 예배였던 것이다.

성경에서도 ‘범사에 감사하라’(살전5:8)고 교훈한다. 감사의 법칙이 작동하면 원수의 마음이 변화되어 친구가 되며 흉년과 혹한의 환경을 이겨내어 풍성한 열매를 추수하는 기적을 가져다 준다. 신대륙에 정착한 청교도들의 감사는 결코 풍성한 수확 후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동료들이 죽어가고 가장 어려운 흉년의 때에 시작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감사거리를 찾아 진심으로 감사했을 때 기적처럼 축복을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처럼 암울한 코로나 시대에 청교도들이 시작했던 생각의 전환을 제안해 본다. 감사거리가 하나도 없어 불행하다는 생각을 먼저 바꾸자. 이제 우리들은 ‘먼저 감사’를 찾아 진심으로 매사에 감사하여 기적처럼 움직이는 감사의 법칙을 작동시켜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지금 이 시대에 우리들이 감사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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