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2020년 11월 06일(금) 12:00
지난 2016년 소설가 한강이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부커상. 노벨문학상과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은 세계적 명성과 파급력이 있다.

해마다 해외 언론을 비롯해 세계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특히나 2019년에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다름아닌 영예의 수상 주인공으로 두 명의 작가가 선정됐던 것. 한 명은 캐나다 출신의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널리 알려진 작가였지만 다른 한 명은 문단의 최초 흑인여성 수상자인 버나딘 에바리스토였기 때문이다.

에바리스토의 장편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2019년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 부커상 외에도 브리시티시북어워드, 인디북어워드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선데이타임스’ 29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소설은 흑인 영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펼쳐진다. 레즈비언 연극 연출가 ‘앰마’를 중심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50여 년에 걸쳐 혈연이나 친분으로 이어져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모두 12명 여성은 작가가 마치 12개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성들의 면면은 다채롭고 이색적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어두운 상처가 있거나, 비주류의 삶을 살면서 주류와 투쟁하거나, 고난 속에서도 삶을 향한 의욕을 잃지 않거나 등등 저마다 상이한 처지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기득권-백인-영국인-남성에 의해 좌절하거나 억압당한 삶, 폭력에 짓눌리고 비틀린 여성의 삶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특징을 지닌다.

작가는 저자와 독자를 향해 묻는다. “당신의 삶은 어떤 빛깔인가요?”

<비채·1만7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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