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감성 요즘갬성] 한국의 삶·전통 찾아 그때 그시절 추억 여행
2020년 09월 07일(월) 17:55
광주와 인근 담양에도 복고풍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중에서 비움박물관과 1913 송정역시장, 담양해동문화예술촌은 저마다 독특한 콘텐츠와 볼거리로 관람객들을 불러 모은다. 코로나19로 나들이가 예전보다 여의치 않지만, ‘날이 좋을 때’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광주비움박물관에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다양한 민속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다.


#비움박물관

지난 2016년 3월 광주시 동구 대의동 전남여고 인근에 문을 연 비움박물관은 지금은 보기 힘든 옛 생활용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공간이다. 실제로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용했을 법한 가마솥과 나무 밥주걱, 쌀독, 물레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영화(여·71) 관장이 지난 40년간, 직접 사용했거나 전국 벼룩시장에서 사들인 민속품 수만점이 전시돼 있다.

이 관장은 “시집 와서 시할아버지 편지함을 버리려는데 오래된 물건이라 선뜻 못 버렸다”며 “그 이후부터 가난이 묻어있다고 업신여겼지만 삶의 일부분을 담당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비움박물관은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자칫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는 콘텐츠의 특성을 세련된 감각으로 ‘디자인’한 이 관장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내부 역시 1층 부터 옥상까지 계단으로 설계해 가운데가 비어 있는 구조다. 박물관은 ‘세월의 장터’를 큰 주제로 1층은 ‘겨울’, 2층 ‘가을’, 3층 ‘여름’, 4층 ‘봄’ 테마로 구성했다.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자랑하는 5층 옥상에는 장독대가 펼쳐져 있다. 5층부터 내려오는 통로 양옆으로 빼곡한 전시품을 둘러 보면 좁다란 시골길을 따라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4층 ‘봄’은 주로 여성이 사용하던 물건들로 꾸며졌다. 단아한 백자, 물레, 비단천, 밥그릇과 이름 모를 풍속화가들이 그린 미인도를 볼 수 있다. 각각 다른 모양이 찍힌 떡살 수십개 중에는 이 관장이 직접 썼던 물건도 있다. 천장 선반 밑에 둥근 베개를 서까래처럼 설치한 모양이 흥미롭다. 손자루가 반들반들한 나무 곡갱이, 부채, 술병 등이 전시된 3층의 ‘여름’에서는 뙤약볕 밑에서 땀흘리던 농부의 고단한 삶이 느껴진다.

2층의 ‘가을’에서는 추수와 남녀 만남을 다루고 있다. 곡식을 보관하던 항아리, 소쿠리, 박 바가지 등 각종 용기와 가마솥이 걸린 부뚜막, 절구, 전통혼례 복장 나무 인형 등이 정겹다. 특히 한켠에 조성된 선비방의 벽에 걸린 두루마리가 인상적이다.

1층은 한겨울 농한기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던 사랑방을 형상화했다. 약 50명이 앉을 수 있는 이곳은 세미나, 인문학 강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사방벽에는 약 10㎝크기 짚·나무 공예품 수천점을 배치시켰다. 이외에도 계단 주위에는 빨랫줄, 농기구 등이 있는 시골집 마당을 재현해 놓거나 나무삽 등을 전시해 이동 중간에도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포토존으로 각광받고 있는 1913송정역시장.


#1913송정역시장

코로나19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곳이다. 특히 광주송정역 인근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오는 관광객들이 자주 들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1913 송정역시장’은 1913년 터를 잡은 옛 송정역전시장을 상징한다. 하지만 송정역시장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차츰 쇠락하기 시작하다가 근래 청년상인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현대적인 시장으로 깨어나기 시작했다.

정부, 기업, 지자체가 합작으로 온고지신을 실현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문화 감수성의 무대가 탄생했고, 잊혀져 가던 전통시장의 영화를 되살렸다. 여기에 ‘송정역’이라는 현재가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었다. 특히 밤의 풍경은 색다른 멋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사로잡았다.시장 입구를 가로지르는 등불과 고즈넉한 골목 분위기는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기가 많은 ‘명당’은 시장의 간판얼굴, 바로 입구다. ‘1913송정역시장’이라는 예쁜 글자와 바로 옆 시계탑을 담아 사진을 찍으면 말 그대로 ‘작품’이 된다. 야간에는 각 글자마다 노란 불빛이 들어와 한결 운치가 있다. ‘1913송정역시장’이 짧은 기간에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한 데에는 이런 독특한 포토존이 큰 몫을 했다.시장 중간쯤에 자리한 플랫폼도 핫플레이스다. 가끔 공연이 펼쳐지는 이곳에는 나무 팔레트가 테이블, 벤치처럼 놓여 있어 앉아서 사진 찍기에 좋다. 또한 시장 바닥에 박혀 있는 상가건물의 연도와 이들 숫자를 따라가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막걸리주조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담양해동문화예술촌.


#담양해동문화예술촌

담양읍에 자리한 담양해동문화예술촌(해동문화예술촌)은 입구에서 부터 전시장까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현장이다. 옛 누룩창고를 리모델링한 주류 아카이빙 공간은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나무로 엮어 놓은 천정에선 수십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머물러 있고 술 제조에 사용한 물을 긷던 우물도 예전 모습 그대로다. 다양한 술이야기, 문학 속 이야기를 주제로 꾸며진 섹션과 전국의 다양한 막걸리를 전시한 공간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해 6월 개관한 해동문화예술촌은 1960년대 전통 주조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다 2010년 폐업 이후 방치된 해동주조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해동주조장은 1950년대 말 고(故)조인훈 대표가 ‘신궁소주’를 인수해 현재 해동주조장 문간채에 영업을 시작하며 출발했다. 사업이 번창해 누룩창고, 가옥, 관리사, 농기구 창고 등 주조 관련 시설을 확대했고 1970년부터는 해동막걸리, 해동 동동주를 생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막걸리 소비가 줄어들면서 주조장들도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급기야 현대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한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2010년 해동주조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년간 방치된 해동주조장에 햇볕이 들게 된 건 지난 2016년 부터. 담양군이 원도심내 역사·문화적 가치를 간직한 해동주조장을 문화거점시설로 재조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디자인공예문화진흥원이 주최한 ‘2016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해동문화예술촌의 매력은 막걸리 주조장의 정체성을 생생하게 살린 독특한 전시구성과 콘텐츠이다. 1500여 평(5222㎡), 창고 10동, 주택 4동으로 조성된 공간에는 갤러리, 아카이브실, 교육실 등 다양한 시설들이 꾸며져 있다. 술을 빚은 주조장은 아카이브실로, 누룩창고는 전시실로 활용하는 등 기존의 산업시설을 리모델링한 공간의 역사성이 돋보인다. 1960년대 부터 막거리를 빚는 데 사용했던 우물과 막거리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한 콘텐츠는 인상적이다.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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